창을 열며(삶이 보이는 창 139호 발행인 글)
전환과 정의
길어도 너무 길고 더워도 너무 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입니다. 벌써 내년 여름이 걱정될 정도로 힘들게 올해 여름을 났네요.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했던 가을인지요.
무더위에 큰 고생을 했던 올해 여름이 언제였냐 싶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로 바뀌었네요. 바람 한 점 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던 여름 세상에서 간절히 기다렸기에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너무 행복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고맙고 반가운 바뀜 현상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뭔가 답답해서 모양새를 바꾸거나 세상살이의 바탕을 바꾸는 것을 ‘전환’이라고 합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무언가 끊임없이 바뀌고 바꾸고 하니 그것이 인류의 살아가는 모습이 현재와 같이 된 이유이지요.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기후위기의 문제와 대책 수립의 시급성을 이야기하니 ‘전환’의 계기는 인간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앓고 있는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것 같네요.
기존의 사회나 기술 체제가 전환되는 데는 여러 가지 연유가 있고, 그 모양새도 거대한 변화에서 미세한 변화까지 다양합니다. 전환의 과정을 이끄는 핵심 동력과 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 디지털전환, 산업전환, 저출생 및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도 전환의 동태적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태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복합위기 또는 복합전환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산업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특별히 이중전환이라고 부릅니다. 격변하는 이중전환의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산업전환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산업과 지역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내는 과정을 국제기구 등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정의로운 전환은 미주 대륙의 석유화학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화하고 대안을 마련했던 과정에서 유래합니다. 1990년대 미국의 토니 마조치라는 분의 활동을 통해 시작되고 확장되어 이제는 국제기구 등에서 공식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토니 마조치는 석유 · 화학 · 원자력 노동조합(OCAW)에서 활동한 분입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화학 물질의 위험성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계와 건강,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를 제안하게 됩니다. 아울러 환경보호 정책으로 인해 실직한 노동자들을 위해 금전적 ·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낮은 산업을 친환경적 산업으로 전환하며 발생하는 비용과 이에 대한 보호를 공정한 절차와 결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수립되었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침과 요건으로 정의되며 노동계와 환경단체로 확장되어 현재 국제적 담론으로 다양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정의로운 전환’에서 정의라는 표현은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취지와 용례를 가질 수 있지만, 일방적인 피해와 희생이 강요되지 않고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혜롭게 마련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환과 정의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공존하며 무언가 유용한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불가피한 전환이라면 머리를 맞대고 약자의 정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고 합리적인 과정이겠지요.
전환의 시대에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를 모아 기업과 국가에 요구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도 그런 관점에서 화두가 되었고, 지구공동체의 목표는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마구잡이 개발과 발전만이 지상과제였던 세상에서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된 것이지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극단의 경쟁과 전쟁이 횡행하는 세상을 바꾸자는 의견의 합치와 실천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무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바람 같은 소식들이 많이 들리는 세상살이를 간절히 바라며, 여러분과 함께 삶이 보이는 창을 이 가을에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2024년 너무 간절했던 가을을 맞아 발행인 이호동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