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며(삶이 보이는 창 129호 발행인 글)
오는 봄 가는 봄
추운 겨울이 지나고 산과 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지키던 풀과 나무에 새롭게 싹이 돋아나는 봄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봄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순환은 힘든 계절을 이겨내고 더 나은 다음 시절을 기다리게 하며, 예상되는 변화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살이에 어떤 심란함이 있든지 말든지 봄이 되니 소쩍새는 우짖고, 개구리는 개굴개굴거리며 겨울 동안 얼어있던 대지와 생명체를 깨우고 있습니다. 봄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는 변이를 거듭하며 전염병의 못된 습성으로 인류의 대응력과 팽팽한 힘겨루기가 연이어지고 있네요. 방역과 봉쇄로 인해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반적으로 적응의 속도와 범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봄만큼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인해 그간의 힘겨웠던 시간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던 계절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지고 보입니다.
심란한 봄이 세 번째를 맞이하면서 팬데믹 세상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의 전환을 덤으로 얹어주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 인류의 생존방식에 대한 성찰과 자연 앞에 겸손해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방향의 디지털 대전환 소용돌이가 그중의 하나입니다. 거대한 재난에 직면한 국가나 개인이 발 빠른 대처로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면 앞서고, 허둥대거나 하루 살기도 바쁘면 뒤처지는 인류사의 변치 않는 법칙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과 인류의 공존을 위한 가치가 중심이 되는 변화를 기대하지만 새로운 자본의 형성과 거대화는 주도세력 내의 선두 교체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자본의 축적이나 기술과 정보의 발전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와 공존의 지향을 변함없이 기대하고 소망할 뿐입니다.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자연재해, 전쟁, 전염병 등이 아닐까 합니다. 디지털 대전환이나 기술의 발달이 자연재해, 전쟁, 전염병 등을 막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류를 오랜 세월 괴롭혀 온 저 거대한 문제들의 심각성은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심화라는 답안지를 내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만은 인류의 본편적 가치를 높이고 세계 구석구석에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평온한 삶에 깊이와 범위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단한 우리의 삶터에 봄이 완연합니다. 변함없이 봄날은 왔고 봄날은 또 갈 것입니다. 한 해의 농사를 들녘에서 준비하는 농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풍성한 계절에 대한 간절함이 읽힙니다. 우리도 땅 밑은 덜 녹았지만 대지에 새싹이 돋고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결실의 희망을 담아 밭갈이를 하고 씨를 뿌리는 봄 세상에 서 있습니다. 계절의 봄은 오고 가더라도 언제나 얼어붙은 어제를 살아낸 지혜로 봄맞이의 오늘을 희망차게 살아갑시다. 삶이 보이는 창은 내내 봄을 기다리며 열려 있을 것입니다.
2022년 4월 봄날에, 발행인 이호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