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며(삶이 보이는 창 130호 발행인 글)
색다른 여름
봄이 가는 도중에 여름이 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4계절 주기의 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적절한 순환에 오랜 세월 적응해 온 한반도의 사람들에게 찾아온 낯선 변화의 시간이 제법 흘렀네요. 자연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그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는 듯합니다. 관계가 닫힌 몇 차례의 계절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팬데믹과 함께하는 이색적인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인류의 삶이 시작된 이래 엄청난 전염병과의 공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일상을 재개하는 일은 우리가 기억을 못 할 뿐 여러 차례 이어져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전염병과는 공존하는 것이 인류의 운명이기도 했고, 그렇게 공생하며 삶이 이어져왔으니까요. 다만 역사적으로 자리매김될 거대한 전염병과 마주친 것이 현존인류의 개인 생애에 첫 경험일 뿐이지요. 팬데믹으로 인한 비극과 격변으로 이어졌던 인류사에서 이번에는 또 무엇을 남기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을 남기고 그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가 과제이면서 질문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외견상 드러난 변화는 비대면 공존방식을 둘러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삶의 양태 전환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한 변화들이 몰고 올 후방효과는 지켜보더라도 전염병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유무형의 상호작용이 일어났고 지금도 전환의 진행과정입니다. 급속한 전환과정에서 다양한 혁신이 일어났고, 전환과 혁신은 일회성이 아닌 상당기간의 지속성을 가질 영향요인으로 보입니다. 이제 극복을 향한 과정에서 팬데믹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거시적 맥락의 국가와 사회 전체의 문제 이외에 각 개인들의 몸과 마음에 입은 다양한 문제점을 치유하는 것이 계량화되지 않는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사견이지만,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 추출한 키워드가 전환, 혁신, 치유입니다. 전환과 혁신은 거대담론이지만 치유의 과제는 좀 더 다양합니다. 사회적 치유를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개인과 개인으로 연결된 소공동체의 치유문제는 절실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시면 어떨지 권유드립니다. 국가와 사회의 기초단위이고 개인 삶의 바탕인 가족과 직장 등 소집단 치유의 문제를 인과관계에 기초해서 잘 살펴보면서 해법을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거대한 단위의 치유문제도 거기서부터 매듭이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인류가 보편적으로 동의했던 문명사적 반성의 분위기는 희미해지고 있지만, 개인과 주변의 공동체에서 피부에 와닿던 원인의 해소를 위해 삶의 방식들에 조금씩 변화를 실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 있는 여름 한철 보내시기를 기원드리며, 코로나 재확산의 염려가 있는 가을과 겨울을 대비하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멀리는 다음번 팬데믹을 예방하거나 오더라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지혜로운 계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단절된 세상에서 연결을 갈망하며 나눔과 연대의 소중한 가치를 더 절실히 느끼고 실천한 분들에게는 따뜻한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말이 없어지지 않도록 해주신 분들께 더 큰 축복이 내려지기를 기도드리는 심정입니다. 삶창도 그런 분들에게 항상 열려있을 것이며 그분들의 따뜻한 시선이 머무는 외친 곳을 살피는 시대의 창을 늘 열어두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많이 따뜻한 계절에
발행인 이호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