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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geum Sep 24. 2022

다시 살아내고 살아가기

단조롭고 단순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첫 글을 쓴 지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위로의 말을 건네준 덕분에 나에게 닥친 불행이 찰나의 행복으로 느껴졌다.


그저 기록하고자 쓴 글이었지만 어쩌면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과 쌩판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을지도 -


이 자리를 빌려 한 줄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나하나 다 답변은 못 드렸지만 하나하나 여러 번 정독하고 있어요. :)


많은 위로와 관심 덕분에 지금 돌아보면 당시엔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처럼 아주 잘 넘겼고, 지금은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되도록 나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가고 있다.


은혜는 몇 배로 갚는 사람인데, 다들 큰일 나셨어

내가 뭐라고 - !


내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 나는 정말 내 생각만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생각도 해줬다.


재해에도 끄떡없이 굴러가던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한 없이 작게만 느껴졌고 이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를 더 독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만 하기로 했다. 혼자라고 생각하며 하나만 보고 독하게 살아야지 마음먹은 순간 머리를 쾅 맞은 듯한 연락들이 쏟아졌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간과한 건 그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모르고 한 생각이었던 거지 -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

대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건만 !


그렇게 더불어 더불어 세상과 다시 동요되어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간 잘 먹었다 -

누가 힘들면 입맛이 없다고 하던가 ?


힘들수록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난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체화가 됐나 보다.


힘들수록 더 잘 챙겨 먹는 게 어쩌면 생존본능이 초강력 울트라 강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콩국슈 먹자고 했쟈냐!!!

여름 끝물이라 그런지 콩국수가 엄청나게 땡겼다. 보다 못해 테레비에 나온 곳까지 찾아가서 팥빙콩국수도 먹어봤다. 내가 좋아하는 거 + 좋아하는 거는 따로 먹는 게 좋다는 게 내 의견 ㅋ


나는 콩국수에 소금 설탕 안 뿌리고 그대로 먹는 게 좋다. 콩국물 본연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껴야 되기 때문


그리고 콩국물은 되도록이면 꾸우덕 한 게 좋다! 나는 꾸덕하고 되직하고 목맥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기 때문 (퉁퉁 불은 라면, 진밥 최고야 !)


웨이크보드 고수 같이 나온 것 같아
사내 여장부같이 나온 것 같아

슬기로운 레저 생활 -

힐링 삼아 공기 좋고 물 좋은 곳도 다녀오고


갑자기 도자기
 갑자기 조각

슬기로운 예술 생활 -

갑자기 유튜브 도자기 만드는 영상 + 조각하는 영상에 꽂혀 도자기 물레체험도 하러 가고 다이소에서 조각칼과 양초를 사서 비너스를 만들었다. (유튜브가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나중에 도자기 만드는 취미를 가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조각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나의 첫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나 조소과를 가야 했을지도?)


위대한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그저 돌 안에 있는 천사를 꺼낸 것뿐이라고 했다. (나는 안 보이던데..) 미켈란젤로가 만든 작품을 보면 진짜 꺼낸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실제 같긴 하다. 그 시대에 어찌 가능한 일이었을지,


그리고 일일 물레체험은 내가 나중에 가질 취미로 찜해두었다. 29살의 내 취미는 도자기 만드는 거다. 왜 29살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미래 29살의 내가 도자기가 취미인 게 어울린다.


추석이다. 울산 가야지

이게 얼마만의 울산이야,

서울살이에 잠깐 잊고 살았던 나의 고향


잘 있었니

바다를 코 앞에 둔 나의 본가(?)에는

아빠도, 노을도, 오징어 배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잘 있었다. 참 변함없는 동네다. 그만큼 심심한 곳이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고 10년 20년 후에도 아빠도, 노을도, 오징어 배도 그 자리에 잘 있길 -


노란 복돌이
까만 깜보

깜보를 보면 사는 게 참 태평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듯 깜보를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싶을 만큼 배울 게 많다.


스트레스 없는 깜보가 나보다 세상을 더 잘 살아가고 있다.


오라방

삼 남매 중 막내인 나는 위로 오빠와 언니를 두고 있다. 어렸을 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주변에서 외동 같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매가 있다는 건 이유 없이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오라방이 잡은 대왕삼치

바닷가 사는 청년 아니랄까 봐, 오빤 낚시꾼이 다 됐다. 덕분에 그간 못 먹었던 생선구이까지 배 터지게 먹고 왔다.


25살, 제사 지낸지 어언 25년차

25살 갓난아기 때부터 아마 제사상 차리는 걸 어깨너머 배워왔을 거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랑 둘이라면  이 정도 제사상은 척척 차린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간추렸다.)


아빠가 제사는 마음이고 정성이랬다.

조상님25년째 마음과 정성을 드리고 있는데 꿈에 나와 복권 번호 한번 알려주시면  되나요?


명절이 좋은 이유

탄수화물 파티의 현장 -


회사에서의 내 모습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면 제법 차가운 공기가 맨살을 감싸는 게 가을이 왔구나 싶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살았던 여름이 지났으니,

가을은 안정적으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절이 되길 바라며 - 금방 찾아올 겨울의 추위에도 따뜻하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Have a good f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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