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청아한 백색의 제기
지인이 1~2년 전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작은 백자팔각제기를 깨트렸다. 그때는 킨츠기(金繕い)라는 도자수리를 배우지 않았으며, 지인도 그러한 것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도자수리를 배우고 있어 지인께 연락드려 팔각제기를 받았다.
제기는 작고 소박하였지만, 청아한 백색으로 기품이 넘쳤다. 추정컨대 19세기 말 관요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청아한 백색의 안료가 좋고 제기도 무르지 않았다. 무르지 않아서 생각보다 크게 파손된 흔적은 없었다.
1. 생칠을 올리고, 흙으로 메꾸다.
먼저 제기에 파손된 부분을 생칠을 발라 1차적으로 고정하며 접착을 시킨다. 생칠을 올려 백자가 어느 정도 접착이 된 상대에서 고정이 되면 흠이 있는 곳에 흙과 옻을 섞인 옻흙으로 메꿔준다. 흙이 옻을 만나 경화되어 서서히 굳어지면 백자처럼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경질이 된다.
이렇게 1차적으로 접착과 흙 메꿈이 끝난 뒤에는 다시 옻을 올린다. 그 뒤 흑칠옻을 올려 본격적으로 킨츠기(金繕い)할 부분을 잡아서 선을 그어준다. 크게 파손된 부분이 없어 처음에는 얇은 흑칠을 올려 차츰 쌓아 형태를 잡아준다. 1번 정도만 올려도 상관은 없지만 그럴 때 쉽게 벗겨지는 일이 생겨 웬만하면 최소 2번에서 3번은 올린다.
2. 주칠과 흑칠의 반복, 그리고 마무리.
흑칠만 올려도 상관은 없지만, 주칠도 같이 섞여 올리고 사포로 갈면 옻색이 섞이는 묘한 색을 볼 수 있으며 옻의 탄탄함이 느껴져 번갈아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더불어 1차적으로 흙을 올린 부분에도 다시 옻이 흑칠과 주칠이 섞여지게 되어 메꾸는 효과에도 보기 좋다.
주칠과 흑칠을 올린 후 마지막은 선을 마무리하고 흑칠로 올린 후 주석분을 뿌린다. 주칠이 아닌 흑칠을 한 후 주석분을 올리는 이유는 주칠보다 흑칠을 올린 주석분이 더 깔끔해 보인다. 더불어 백자에 순금도 좋지만, 조선백자의 경우 순은이나 은이 함유된 주석분이 보기 좋고 백자의 비색과 결이 맞다.
주석분을 올린 후 다시 습장이나 혹은 열경화로 옻과 분을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주석분과 옻이 마른 후 도미이빨이나 혹은 다른 마감재를 활용하여 주석분을 긁어 준다. 금속은 긁으면 윤이 나기 때문에 긁어 준다. 긁어 준 후 다시 선을 정리하여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여 백자팔각제기가 수리가 완성되었다.
3. 작지만 격조가 있는 백자팔각제기.
이렇게 하여 백자팔각제기가 완전히 수리되었다. 생각보다 작지만, 관요로 추정되는 백자이기에 유색이 남다르고 청아하다. 작은 이유는 아마 제사 때 술이나 차를 올리는 용도의 제기이기에 그런 것 같다. 팔각으로 기단을 마무리한 것으로 봐도 양반가에서 쓰는 용도로 제작 혹은 상품 된 그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작지만, 위엄과 격조를 품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