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습작] 눈부신 날의 기억

by 기담

눈부신 날의 기억

1장: 봄날, 강가에서

어느 따뜻한 봄날, 지안은 강가를 걷고 있었다.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고, 싱그러운 풀 내음이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퍼졌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마침 그녀의 마음을 닮은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그날따라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강물은 반짝이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이유 없이 저릿했다.

지안은 걸음을 멈추고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두 눈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일까.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누군가 볼까 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이름.

"윤서…"

그 이름을 부르면, 마치 봄날의 바람처럼 사라질 것 같아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2장: 가을날, 공원에서

봄은 지나가고,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지안은 노랗게 물든 낙엽이 가득한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그날따라 듣는 음악도, 부는 바람도, 모든 것이 그녀를 과거로 데려가는 듯했다.

윤서와 함께 걷던 날이 떠올랐다.

그들은 매년 이맘때면 손을 꼭 잡고 같은 공원을 걸었다. 노란 낙엽을 밟으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던 기억. 서로에게 꼭 붙어 이야기하던 순간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였다.

지안은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울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볕 좋은 날에…"

눈물이 흘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

3장: 끝나지 않은 길

지안은 윤서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우리, 앞으로도 함께 걷자."

"그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윤서는 더 이상 그녀와 함께 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걷고 있었다. 혼자서, 마치 빙빙 도는 것처럼 같은 곳을 헤매며.

"함께 걷자고 했잖아. 나란히 걷자 했잖아."

이토록 날이 좋은데, 그녀는 여전히 혼자였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함께 걷게 될 날이 올까.

지안은 조용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딘가에서 윤서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끝)

keyword
이전 11화[소설] 올림포스의 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