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판결] 인권위 기각 처분 위법하다

by 기담

서울행정법원,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 처분 취소 판결
– 개인정보 유출 및 경찰 조사 문제 지적… 인권침해 인정 –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기각처분취소’ 소송(2024구합72407)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A씨의 진정을 기각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 사건 개요
A씨는 노동조합 소속 노동안전보건실장으로, 2022년 4월 C청사 및 어린이집 신축공사 현장에서 건설폐기물이 방치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안전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해당 민원을 포함한 모든 신고 내용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면서 A씨도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에 A씨는 G구청이 본인의 동의 없이 경찰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점과 경찰이 노동조합을 특정해 과도한 조사를 진행한 점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G구청이 제공한 정보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경찰 조사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 결정 중 일부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주요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 제공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
G구청이 경찰의 요청을 받고 1년 2개월 동안 접수된 모든 민원 정보를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보았다.
특히 경찰이 수사를 이유로 요청한 정보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했고, 구체적인 범죄 혐의나 수사 필요성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요청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서 A씨의 개인정보 제공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인권위의 기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2. 경찰의 출석 요구가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법원은 경찰이 A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 자체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로 볼 수 있으며, 단순한 출석 요구가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의 고지로 보았다.
따라서 A씨의 경찰 출석 요구 관련 진정을 기각한 인권위의 결정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3. 노동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인권침해 가능성 인정
경찰이 특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은 과도한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러한 과도한 조사가 불필요한 개인정보 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인권위의 각하 결정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권위는 해당 사안을 재조사해야 하며, 단순히 ‘조사 범위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 판결 의미 및 전망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 반드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하며, 과도한 정보 제공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진정의 각하’ 사유를 엄격히 해석한 판결로,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기각 및 각하 기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 노동조합을 특정한 전수조사 방식이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점도 의미가 크다. 향후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경찰 조사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상급심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판결] 구의원이 사회복무요원? 지위확인 가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