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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퇴근 후 화재로 여자 기숙사에서 사망

by 기담

서울행정법원,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장례비 부지급 처분 적법 판결
– 근로자의 화재 사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어 –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2025년 1월 23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2023구합85277)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고인이 업무와 관련 없이 사적인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사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사건 개요
A씨는 2023년 2월 10일 유리재단 업무를 수행하던 남편 B씨(이하 ‘고인’)가 공장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하자,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0월 11일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적 행위 중 발생한 사고"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고인이 사업주가 제공한 휴게실에서 화재로 사망한 만큼 업무상 사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며,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고인은 업무 종료 후 자정이 넘은 시각, 동료 직원과 함께 사적인 목적으로 휴게실에 머물고 있었음

고인은 통상적으로 08:00~17:00 근무했으며, 사망 당시(02:55)는 업무시간이 종료된 지 10시간 이상 경과한 상태였다.
해당 휴게실은 여성 직원 E씨의 숙소였으며, 사업주가 남성 직원에게 숙소로 제공한 시설이 아니었다.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던 시간·장소가 아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나)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시설물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화재는 공장 옆 가구공장에서 발생한 것이며, 휴게실 자체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바)목은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고인은 업무 수행과 무관하게 동료 직원과 함께 심야에 휴게실에 머물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사업주의 관리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가 아님

법원은 **"고인의 행위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며,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 사고를 업무상 사고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 판결 의미 및 전망
이번 판결은 업무와 무관한 시간·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법원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단순히 사업장 내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근로자의 근무 시간, 장소, 사고 당시 행위가 ‘업무와의 관련성’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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