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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녹용 성분 미기재...식품표시 위반 인정

by 기담

서울북부지법, 식품 표시 위반 혐의 피고인에 벌금 1,000만 원 선고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단독 재판부(최형준 판사)는 2024년 10월 16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가 식품 원재료명(녹용)의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채 대량으로 판매한 점을 위법으로 인정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

◇ 사건 개요 ◇
A씨는 충북 괴산군에서 ‘주식회사 C’라는 상호로 식품제조·가공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검찰은 A씨가 2022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D’(1포당 100㎖, 11,000원) 및 ‘E’(1포당 100㎖, 10,000원)라는 제품을 각각 약 141,923ℓ(총 141억 9,200만 원 상당), 169,518ℓ(총 169억 5,100만 원 상당) 판매하면서, 식품 원재료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의 최소 판매 단위별 용기·포장에 원재료명 및 함량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식품을 제조·가공·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 피고인의 주장 ◇
A씨와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제품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판매되었을 뿐, 기성품처럼 판매한 것이 아니므로 법 위반이 아니다.

고객 요청에 따라 원재료 함량을 달리하여 제작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품 판매 개념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식품 표시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A씨는 “괴산군청 담당자로부터 ‘파우치 앞에 ‘국산 녹용’이라는 문구를 제거하면 함량 표시가 필요하지 않다’는 조언을 듣고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관련 규제로 인해 행정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 법원의 판단 ◇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주문제작 방식이라도 ‘판매’에 해당함

법원은 **"판매의 사전적 정의는 ‘상품 따위를 파는 것’이며, 기성품 여부와 관계없이 주문제작 제품도 판매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A씨가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제조했더라도, 제품을 판매한 행위 자체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식품 표시 의무 예외 조항에 해당하지 않음

법원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을 검토한 결과, 주문제작 제품에 대한 표시 예외 조항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주문제작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더라도, 제품에 원재료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위법이라는 것이다.
위법성 인식 여부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을 고려했으나, **"법률 위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관할 관청에 문의하지 않고 단속 후에야 문제를 인식한 점"**을 들어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 양형 사유 ◇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법률 위반임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불리한 요소

판매한 제품의 양이 상당히 많음 (약 311억 원 상당).
원재료 함량 미표시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큼.
유리한 요소

제품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별 주문 고객에게 판매된 점.
고객이 주문한 원재료와 다르게 제조한 정황은 없어 기망 의도가 크지 않았음.
동종 전과 없음(단, 2013년 건강기능식품법 위반으로 벌금형 처벌 전력은 있음).
이러한 요소를 종합해 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 유치를 명령했다.

◇ 판결 의미 및 향후 전망 ◇
이번 판결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판매된 식품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원재료 함량 표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사업자가 법령 위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할 경우,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항변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 제조·판매 업자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시 기준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특히 주문제작 제품이라 하더라도 관련 법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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