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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조직검사 없이 의료 판단 정당

by 기담

서울행정법원,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 취소 판결… "조직검사 없이도 의료적 판단 정당"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OOO)는 2025년 1월 16일 A 원고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 취소 소송(2023구합67460)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가 내린 감액조정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11,833,238원의 요양급여비용을 감액 조정한 처분이 모두 무효화됐다.

쟁점: 조직학적 암 진단 없이 시행된 항암치료의 요양급여 인정 여부
본 사건은 환자가 췌장암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조직검사 없이 CT, 종양표지자 검사 등의 임상 결과를 종합하여 FOLFIRINOX 항암요법을 시행한 사례에서, 심평원이 해당 치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일부를 감액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심평원은 요양급여 적용기준에 따라 "항암 치료는 조직학적 검사를 통해 확진된 경우에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감액조정을 결정했다. 반면 원고 측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가 조직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영상 및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를 통해 췌장암을 합리적으로 진단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조직검사 없이도 항암치료 적정성 인정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직학적 검사가 불가능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종합적인 임상 판단에 따라 암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요양급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직검사 없이도 췌장암 진단이 합리적

환자의 췌장 종괴가 주요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조직검사가 기술적으로 어려웠으며, 폐 전이 종괴에 대해서도 생검이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영상 검사,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를 종합해 전이성 췌장암으로 진단했고, 이후 항암치료 후 종양 크기 감소 및 종양표지자 수치 감소가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뼈 전이 부위에서 진행한 조직검사에서도 췌장암 전이가 확인되어 진단이 적절했음이 입증되었다.
요양급여 기준의 절대적 적용은 부당

요양급여 기준에서 조직학적 검사를 강조하긴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원칙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특히, 의료 현실에서 조직검사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임상적 판단에 따라 치료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인정된다.
대법원 판례(2012두27639)에서도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이 충분한 근거를 갖춘 경우, 요양급여를 인정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심평원의 감액조정처분은 위법

의료진이 요양급여 기준 내에서 적정한 진료를 시행했다고 평가되므로, 심평원의 감액조정처분은 부당한 제한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취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을 적용해 의료진의 판단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판결의 의미와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요양급여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의료 현실과 환자의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조직검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진이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린 진단과 치료를 인정한 점에서 의료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요양급여 기준이 보다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도 의료진의 판단이 더 존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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