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한 번쯤 잃어버린 것들을 품고 살아갑니다. 어릴 적의 순수한 웃음, 두려움 없는 목소리, 사랑했던 사람의 말투, 혹은 아직 꺼내지 못한 내 안의 어떤 소리들. < 음악 수업>은 바로 그런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은 한 남자의 변성기에서 출발합니다. 여자들이 평생 지니는 맑고 빛나는 소프라노 목소리와는 다르게, 남자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립니다. 아이였던 시절의 맑은 목소리는 마치 허물처럼 벗겨지고, 그 이후의 삶은 어쩌면 그 목소리를 잃은 상실감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마랭 마레의 이야기가 제게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변성으로 성가대에서 쫓겨나고, 노래할 수 없게 된 그가 결국 선택한 것은 악기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이제 그는 현을 통해 노래합니다.
그의 스승인 생트 콜롱브는 차가운 말로 그를 떠나보내지만, 마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스승의 연습실 아래 숨어서, 마치 태아처럼 웅크린 채 세상의 모든 고독과 상실을 견디며 음악을 엿듣습니다. 그렇게 마레는 목소리를 잃은 자리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아니 어쩌면 더 깊은 목소리를 얻습니다.
책을 읽으며 백아와 성련의 이야기도 깊이 남습니다. 모든 것을 가르쳐줄 것 같던 스승이 갑자기 떠나고, 홀로 남겨진 제자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바닷물 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만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그는 비로소 비파를 켜며 노래합니다. 가장 고독한 순간에, 가장 진실한 음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음악을 다루고는 있지만, 단순히 음악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상실'과 '다시 시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린 목소리, 떠나버린 스승, 사라진 사랑, 더는 예전 같지 않은 나 자신. 하지만 어쩌면, 진짜 내 목소리는 바로 그 상실의 자리에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학이, 예술이, 음악이 왜 존재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노래인지도요. 글을 쓰는 사람들, 노래를 하는 사람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잃어버린 어떤 것을 다시 찾아 세상에 들려주려는 사람들이겠지요.
< 음악 수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목소리를 잃어도 괜찮다고. 중요한 것은 그 잃어버림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느냐란 것이라고. 스승의 마지막 수업은 결국 "너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말 없는 가르침이었고, 그것은 어쩌면 아마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책을 덮으며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조용히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말을 건네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