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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경리팀장을 잔디관리로

by 기담

"경리팀장을 잔디작업으로 발령…생활상 불이익 크다" 서울행정법원, 부당전직 인정
징계 해고 반복된 직원에 대한 현장직 전보 ‘업무상 필요성 인정 어려워’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A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직 재심판정 취소소송(2024구합66730)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회사 측은 “경리팀장으로 재직 중인 직원 B가 대표이사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외부에 유출했다”며, 징계 해고와 전보 인사 등 잇따른 조치를 취해 왔다. 이 사건은 2023년 8월 복직한 B에게 3개월 정직 처분 후, 기존 사무직(경리팀장)에서 현장직(소나무 절단, 잔디작업 등)으로 전보 인사한 것이 정당했는지를 둘러싼 다툼이다.

노동위원회는 해당 인사발령을 부당전직으로 판단했고, 회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노동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 “생활상 불이익 상당하고, 협의절차도 없어 부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참가인은 사무직 업무에 종사하던 중, 갑작스럽게 육체노동 위주의 현장직으로 전환되었고, 업무상 필요성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해당 인사발령은 참가인에게 현저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사가 주장한 ‘경영진 보좌 부적절성’에 대해서도 “경리 업무 이외에도 사무직으로 전보할 수 있는 부서가 있었으며, 회사 내부 규정상 유사직종 간 보직 변경이 원칙”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인사발령과 관련한 협의 절차가 생략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중대한 근무조건의 변경을 수반하는 조치는, 근로자와의 협의나 면담 등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이행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징계·해고 반복된 분쟁…법원 “보복성 전직” 가능성도 시사
이번 사건은 해당 직원이 과거 두 차례 징계해고를 당했다가 법원의 판단으로 복직된 전력이 있어, 사실상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반복된 해고와 쟁송의 경과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보다는 회사와 직원 사이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동 전문가 “전직 시 절차와 불이익 최소화 중요성 보여준 사례”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전직 명령이 사용자 재량이라 하더라도, 업무 필요성과 근로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갖춰야 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며, “사무직을 갑작스럽게 현장직으로 배치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불이익 고려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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