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국법 따라 1인 유한회사 대주주에 연대책임 인정…국내 법인에도 적용”
“설립 준거법 기준, 중국 회사법 제63조 따라 증명책임은 대주주에게”
중국 법인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물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국내 기업이, 해당 중국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책임을 물은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국 회사법에 따라 연대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법인격 부인론의 판단 기준으로 설립 준거법을 명확히 적용하고, 중국 회사법 제63조의 연대책임 규정을 국내 분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정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024년 4월 선고된 물품대금 청구 소송(2022다288836, 2022다288843 병합)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는 중국법에 따라 설립된 소외 유한책임회사의 물품대금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설립 준거법 따라야…중국법상 증명책임은 대주주에게”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인 원고들이 중국의 유한책임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물품을 공급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이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국내 법인인 피고에게 채무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구 국제사법 제16조를 근거로 “법인격 분리를 부정하여 사원 등에게 책임을 추궁하려는 경우, 그 판단 기준은 해당 법인의 설립 준거법인 중국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판례가 누차 확인해 온 원칙을 다시 한번 명시한 것으로, 채무관계가 국내에서 발생하더라도 설립지 법령에 따른 책임 구조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핵심이 된 구 중국 회사법 제63조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주주가 회사 재산과 자신의 재산이 독립됨을 증명하지 못하면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인 법인격 뒤에 숨은 ‘실질적 동일체’에 대해 증명책임을 대주주에게 전가하는 강한 책임규정이다.
“증명 못한 피고, 연대책임 인정”…법인격 남용 방지 취지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가 회사 재산과의 독립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소외 중국법인이 독립된 재산 운영을 했는지에 대해 피고가 객관적인 자료나 회계 자료 등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판결은 외국 법인, 특히 중국의 1인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활용해 국내 기업이 간접적으로 거래를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에서, 국제사법상 설립법 적용 원칙과 현지 법제에 근거한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법인들이 해외에 자회사를 둘 때 단순히 법적 형식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설립 국가의 법제가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의 회사법은 자산 독립성 증명 실패만으로도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강한 규범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