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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하도급

by 기담

대법 “하도급 직접지급 합의하면 그 시점에 권리 이전…압류보다 우선”
공사대금 공탁금 분쟁서 하수급인 손 들어줘…직접지급 합의 효력 쟁점 정리

공사의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한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면, 하수급인은 그 시점부터 직접지급청구권을 취득하고, 수급인의 대금채권은 해당 범위에서 소멸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 이후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해당 채권을 압류하더라도 하수급인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공사 하수급업체가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2021다273592)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25년 4월 5일 밝혔다.

■ 사건 개요: 발주자와 직접지급 합의 뒤, 제3채권자가 압류
사건은 한 건설공사에서 발생했다. 하수급인인 원고는 발주자 및 수급인과의 합의를 통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자신이 시공한 부분에 대한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원고가 직접지급을 청구하기 전, 수급인의 제3채권자들이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거나 가압류한 것이다.

발주자는 이에 따라 수급인, 채권자들, 그리고 하수급인을 모두 피공탁자로 하여 공사대금을 혼합공탁했고, 원고는 공탁금 출급권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직접지급청구권은 실제 청구 시점에 발생한다”며, “그 전에 이미 압류가 이루어졌으므로 하수급인에게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 “직접지급 합의만으로도 권리 이전…압류는 무효”
하지만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합의가 성립된 시점에 하수급인은 직접지급청구권을 취득하고, 그 범위만큼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채무는 소멸하며, 해당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그 이후 해당 채권을 압류했다면, 이는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압류로서 효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이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제도의 실효성을 강조한 판결로, 실무상 "하수급인의 보호"와 "제3채권자의 권리"가 충돌할 때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 판결 의미와 향후 실무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압류 시기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시점을 놓고 발생하는 다툼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하수급인이 신속히 직접지급합의를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보다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급인 부도나 채무불이행이 잦은 현실에서 하수급인의 대금 보호 장치로서 직접지급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압류 가능성보다 하수급인의 직접지급권이 우선 보호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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