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폐기물 성토재 재활용 시 토양오염우려기준 반드시 지켜야”
“R-7-1 유형도 예외 아냐”…조치명령 취소 판결 파기환송
건축공사 현장의 성토재로 폐기물을 재활용할 때, 폐기물에서 검출되는 토양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이 명시적으로 기준 준수를 언급하지 않은 재활용 유형(R-7-1)에 대해서도 준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폐기물관리제도의 해석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폐기물을 재활용한 사업자가 환경당국으로부터 받은 조치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2023두31454)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령상 명시 없더라도, 토양 접촉 재활용은 기준 적용돼야”
사건의 핵심은 ‘R-7-1’ 유형, 즉 폐기물을 토양에 접촉시켜 건축·토목 현장의 성토재로 재활용하는 방식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적용받는지 여부다.
환경부는 해당 유형의 재활용 과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물질이 검출되자, 구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2 제3항에 근거해 조치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원고는 “해당 유형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기준 준수가 요구되지 않는다”며 명령 취소를 구했다.
원심도 이에 동조해 조치명령을 취소했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재활용 기준(별표 5의3)에 명시가 없더라도, 준수사항(별표 5의4)에 따라 오염물질이 토양오염우려기준 이내여야 한다는 점은 적용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폐기물을 토양에 접촉시키는 재활용은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재활용 유형별 기준뿐 아니라 별도로 정한 오염방지 준수사항까지 함께 지켜야 한다”며, “이를 구분적용 하여 일부 기준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법 취지에 반하고, 환경 보호의무도 형해화된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 해석 강화한 판결…향후 기준 적용 범위 넓어질 듯
이번 판결은 구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2 조항의 문언과 체계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재활용 행위 전반에 걸쳐 ‘예외 없는 환경기준 적용’을 선언한 판례로 의미가 깊다. 특히 “재활용 활성화”와 “환경보전”이라는 상충하는 행정 목표 사이에서 대법원이 예방적 관점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환경·건설 업계에서는 향후 유사 재활용 방식에 대한 환경당국의 감독과 기준 적용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재활용 기준과 별도로 존재하는 ‘준수사항’의 법적 지위를 재확인하고, 현장 집행력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