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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제주 난민신청

by 기담

“동성애 탄압국 출신 난민신청자, 면밀한 심사 없이 거부는 위법”… 제주지법,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제주지방법원이 탄자니아 출신 동성애자들의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며, 난민신청자의 성적 지향에 따른 박해 가능성은 신중한 심사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제주지방법원은 2025년 2월 18일 선고한 2024구합6572 판결에서, 동성애자인 탄자니아 국적자 甲 등이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피고 측은 항소한 상태다.

■ 사건 개요
탄자니아를 떠나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한 甲 등은 입국심사 과정에서 송환 지시를 받았고, 그 직후 난민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장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거짓 서류 등 허위신청) 및 제7호(경제적 사유에 기한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정식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고 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 법원의 판단
제주지법은 위 결정이 과도하게 간소한 절차로 본질적 권리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은 매우 예외적으로, 명백히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생명·신체의 위협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이는 ‘박해’에 해당하며, 실제 동성애자인지 여부나 본국에서 박해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서 면밀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또한 “甲 등이 체포 및 출석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에 관해 제시한 서류는 탄자니아 정부가 제출한 체포영장 양식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작성 시점이나 진술 내용이 일치하고, 휴대전화 사진으로 전달받았다는 설명이 구체적이어서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결국, “단지 경제적 이유나 거짓 신청이라는 추정만으로는 불회부 결정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본국 상황, 난민신청자의 심리적 불안 등을 감안할 때, 난민신청은 정식 절차에 따라 심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난민신청 초기 단계에서 과도한 절차 축소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중요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박해 가능성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존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법부의 메시지가 반영됐다.

난민전문 변호사 A씨는 “불회부 제도는 난민제도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자칫 실질적 난민 보호를 포기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난민 심사의 정당성과 절차적 정밀성을 강조한 판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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