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작은 열매ㆍ너로 하여 행복이다
작은 것을 누리며 사는 모든 이에게
by
어린왕자
May 27. 2024
아래로
힘들다는 말도
엄마 앞에서는 사치다
허리 한 번 곧추세울 수 없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열매는
달디달아
시간은 약이라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농꾼은
아닌가 보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들이키는 탄성을 삼키며
늦은 저녁의 허기를 채운다
온몸의
뻐근함을 애써 누르다
마알갛게 솟아나는 생명을 보면서
너도 어쩌면 한 생의 젊음을 누리려
나에게로 왔구나 고맙다
바라만 봐도 예쁜 너의
이 삶을 간직하려무나
엄마의 허리는 고꾸라지고
무딘 손끝은 애써 보드랍게 싸매도
너에게 닿는 손길은
생명의 불씨다 타는 영혼이다
너를 맞는 나의 이 노래가
하늘에 계신 엄마에 닿도록
엄마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작은 열매를 보면서 배운다
생명은 소중하고
또한 삶도 소중하고
너의 삶이 나에게로 와서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어
늦은 하루의 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음을
작은 열매 너로 하여 행복이다
keyword
열매
엄마
생명
17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어린왕자
직업
강사
어린왕자의 브런치입니다. 한국사ㆍ세계사 강사, 논술지도사로 활동 중입니다. 역사 에세이를 쓰고 싶은 원대한 꿈도 꾸고 있어요
구독자
530
구독
작가의 이전글
그냥 스러지는 풀잎인 줄 알았는데
돌담에 미소가 앉았습니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