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기 전에
태양이 작렬하기 전에
바람이 분다 해서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미리 만나고 왔다
항상 5월이면
어김없이 가고 오는 길
그 길 위에 문득
그리움 하나 또 얹어놓고 왔다
작약이 예쁘게 피었다
꼬꼬마 아이들도 견학을 왔다
통실한 매실 열매도 맺혔다
5월을 시작하는 길목에
많은 것들이 함께 했다
사람사는 세상은
조용히
느린 걸음으로 살고 있다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나고
좀 있으면
노란 금계국도 필 것이다
버드나무 우거진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그를 불러본다
저 멀리서 튀어나올 것 같은
아득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일어
여기저기서 솟아난다
봉하마을 막걸리 한 병을
허리춤에 끼고 나오면서
노무현이 죽었단다 하셨던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해 5월이었다
엄마는 병원에 계시면서
뉴스를 듣고 있었구나
나는 버스를 타고
책가방을 들고
해지는 노을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 찬란했던 노을길이 떠올랐고
엄마의 눈물 섞인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립다
엄마도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그 사람도
#사람사는세상#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