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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ㅡ이형기'를 떠올리며

이제는 열매를 맺을 때

by 어린왕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ㆍㆍㆍ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ㅡㅡㅡ이형기




꽃이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꽃이 떨어지면서 빛나는 붉음은 어쩌면 외로움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렇게 삶은 무상하다.


계절이 가면 꽃도 지는 법.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는 법. 꽃이 지는 광경을 보며 슬퍼하거나 우울해하지 말고 이다음 맺힐 열매를 떠올리며 오늘 여름 비를 맞자.

ㅡㅡ어린왕자의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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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