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명품보다 아름다운 손길
상추를 솎는 어느 여인의 손길이
삼겹살 굽는 손길보다
사랑의 시를 쓰는 손길보다
그 어떤 손길보다 곱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길이다
장맛비가 내린 후로
키만큼 훌쩍 자라 버린 초록의 상추가
그래도 다정하여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미소를 날리는데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느 손길을 마주하고 있는가
애써 담담하다
축축해진 땅속에
이미 뿌리내리고 선 그들의 선망을
나는 한아름 따다 엮어놓고
명품이라 이름 지었다
명품을 나누다 고집을 부려보며
'내가 더'가 아닌
'너가 더 가져 가'
어떤 여인도 명품에 욕심내지 않는다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그 진리를 손끝에서 가르친다
물을 주다 너무 커버린 상추라
돌아서 탄식했는데
이제는 자꾸만 입 밖으로 웃음이 빠져나온다
땅벌레들이 겁도 없이 노닐다가
손끝에 닿고선 바람에 실려 가듯
바쁘게 사라진다
너는 그래도 벌레
나는 그래도 너가 무섭다
공생인 듯 아닌 듯 함께 살아도
나는 아직은 너가 무섭다
잠시만 비켜줘!
폭풍우가 몰아치면 그때 숨으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길
어떤 명품보다 고운 손길이
그 어떤 명품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너는 내게 있어 그래
상추야,
너는 부담스러우려나
ㅡㅡ오늘 텃밭에서 수확한 보물들이다. 비가 온 뒤라 촉촉해진 땅에서 스멀스멀 벌레들이 기어 나온다. 터를 빼앗은 여인에게 질투도 할 만한데 바삐 어디론가 바람에 실려 가듯 달아나 버린다. 저도 먹을 게 있어 터를 잡고 앉았는데 덩치 큰 두 아줌마가 비키라 위협적으로 덤비니 겁을 먹었다. 나도 저들을 보면 겁이 나는데 우리 피차일반이다. 나는 내가 먹을 것만 가져갈 테니 너희들은 좀 있다 세를 들이렴. 어차피 공생하는 삶이니 좀은 편하게 지내자. 서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