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의 틀을 깬

<가녀장의 시대> ㅡ이슬아

by 어린왕자



가부장 시대의 틀을 깬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슬아는 가녀장이다. 집도 그녀의 이름으로 사고 그 집에서 출판사 대표로 있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고용하고 있는 엄연한 사장이다. 자유분방하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지혜롭다. 이런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상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슬아의 모부는 슬아의 고용인으로서 엄마인 복희는 슬아의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아버지 웅이 씨는 운전도 하고 픽업도 하고 다방면의 일을 한다. 부모라고 하지 않고 모부라고 한다. 작가는 원하는 삶의 패턴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은 아니다.

가부장의 시대는 오래전에 끝이 났다. 복희 씨는 정식 직원이고 웅이 씨는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불만이 없다. 시대의 변화다.

세상에 못 바꿀 일은 없다.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집안일을 왕성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활동도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

슬아의 친구는 레즈비언이다. 이성애자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걸 퀴어는 못 누린다. 그런데 그들이 존나 멋지게 결혼식을 올려버렸단다. 젊은이다운 사고방식도 중요하지만 이런 논의가 좀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동성혼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틀을 깬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손가락질받기도 하고 질타받을 일이기도 하지만 과감하게 틀을 바꾸어버린 가녀장은 형식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또한 가부장 노릇을 할 것 같은 60년대 생의 모부도 전혀 거리낌 없이 가녀장의 도전에 기꺼이 동참하는 모습은 새로우면서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같이 살면서도 철저히 자신만의 공간을 침해받지 않는 생활. 일할 때 모이고 근무 시간 외엔 철저히 개인 생활을 즐기는 가녀장의 사람들. 그런 가족을, 그런 사회를 꿈꾸며 지금 우리는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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