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겨울 일본 도쿄

2화. 낯선 곳에서 너를

by 노란콩

2시간 30분쯤 걸려 무사히 도착한 일본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우리나라 보다 도쿄의 겨울은 조금 더 따뜻했다.




공항에서 나온 시간이 약 17시 20분쯤. 와. 이제 진짜 혼자다. 나 일본어도 영어도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 길도 잘 못 찾는 길치인데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트레이드 마크인 씩씩한 걸음걸이로 공항을 나온다. 걸으며 생각했다. 근데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나는 나를 잘 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굉장히 침착해지고 초인적으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 닥쳐온 문제를 아주 아주 잘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걸.




공항에서 나와 신주쿠까지 스스로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찾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일본으로 간 대책 없는 여행객. 나리타 공항에서 신주쿠까지의 거리조차 몰랐던 바보는, 아침 공항에서 먹은 햄버거 하나로 쫄쫄 굶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팔랑팔랑 일본으로 와버린 내 잘못이다. 일단은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바쁘니 바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끊었다.




뭐, 굶게 되면 살 빠지고 좋겠군!! 친구 만나면 맛있는 거 먹어야지!! 보통 이런 식으로 긍정회로를 돌리며 잘 참는 편인데. 진짜 한계다.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거지도 이런 거지가 없다. 돈은 있는데 밥을 못 사 먹는다니. 편의점이라도 들렸으면 되는 건데 바쁘고 정신이 없으니 이미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편의점이 없을까? 기차를 기다리며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은 이미 문 닫은 지 오래고 음료 자판기만 잔뜩이다. 밖으로 나가버리면 티켓을 버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야 한다.


배고파. 나. 너무 배고파. 그렇게 주위를 살피는데 음료 자판기 옆에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보인다!!


당신은 지금 지쳤나요? 네...?? 네니오...


아이스크림을 하나 뽑았다. 일본에 도착해서 먹은 첫 음식? 간식? 추운 겨울에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나고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배가 고파 죽겠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15분쯤 기다리니 내가 타야 할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온다. 신주쿠까지는 이동시간이 좀 걸린다. 문제는 내려서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모르겠다. 힘들어. 창 밖을 보니 깜깜한 밤에 조명이 반짝인다. 길에는 사람들이 조용하다.



한참을 달려 신주쿠역에 도착했다. 친구가 연락이 왔다.



-도착했엉!!

-뭐가 보여?

-음.... 그니까 여기가 어디냐 하면... 뭐가 보이냐 하면... 잠깐만...

-근처에 큰 건물 이야기해 봐.

-000!!

-000? 그럼 그 건물 쪽으로 가지 말고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횡단보도가 있어. 나 거기 있어.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나의 아주 낮은 능력치 중에 하나는 길치라는 것. 나는 이미 만성이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주변사람들은 가끔 나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 같다. 미안.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모르거나 잃어버려도 천천히 걸어 다니며 주위를 파악하면 되니까 걱정이 없다. 대신 시간을 조금 더 넉넉히 생각하고 다니면 된다. 오히려 주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곳을 보면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냄새, 새로운 나무들, 새로운 집들, 처음 만난 고양이들 등등. 그런데 해외는 말이 다르다. 심하게 길치인 내가 걱정이 되니 건물이 뭐가 있는지 말해보라고,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친구의 말에 마음이 놓인다.




친구가 말해준 횡단보도에 서서 건너편을 봤다. 서있는 실루엣만 봐도 내 친구다!! 평소 사람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잘 못 알아보는데 유일하게 멀리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들과 학생들!! 진짜 신기하게 멀리서 서있는 것만 봐도, 걸음걸이만 봐도 바로 알아차린다. 그렇지만 이름을 외우는 건 아직도 어렵다. 가끔 이런 모자람? 무신경함? 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게 된다. 예전에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 가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걸 고쳐보려 노력했지만 워낙 가진 능력치가 낮아서 다른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침을 안다. 뭐 어떡해. 그냥 살아야지. 다행스럽게도 이제 내 주변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기로 했나 보다.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지 않은 난...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생활을 하며 두루두루 잘 지내도 내가 막상 친구라 생각하는 사람이 몇 없어서 그렇다.

중학교 절친(덕화동산 팸), 고등학교 절친(수성못 팸), 사회생활 후 친구(대부분 동료들)이 정도의 인간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서로를 애칭으로 부른다. 이건 2년 전 고등학교 절친과 있었던 일이다. 다 같이 결혼식장을 갔다. 축의금을 내며 봉투에 이름을 적는데 친구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거지.... 잠깐 생각하다 그냥 물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친구 이름이 떠오를 상태가 아니었다. 니 이름이 뭐였지? 모두들.........??........?? 잠깐의 한숨과 함께 이름을 이야기한 친구. 나는 머쓱한 표정과 함께 이름을 적었다. 이미 내 상태?를 잘 아는 아주 오래된 친구들이라 그러려니 했다는 이야기.)




무튼 그렇게 친구를 만났다.



-뚜기야~!!!

-지연아!! (나를 정직한 이름으로 불러주는 몇 없는 절친 중 하나)

-잘 지냈나?

-너도 잘 지냈어?




우린 이렇게 잠깐 반가워하고 어제 만난 사람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도쿄의 그 시간대 지하철은 정말 지옥철이었다.




일본 교통에 대해 말하자면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 회사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식비는 지원해 주지 않는다. 또 편도 2시간 거리는 출근하기 나쁘지 않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어 왕복 4시간 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에 있는 자동차는 작고 귀엽다. 일본에 가면 자동차가 작고 귀여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단 땅값이 너무 비싸고 주차공간이 없다. 주차된 차를 보면, 운전을 못하는 나는 일단 주차장을 보고 울었다. 정말 작디작은 건물틈의 주차장에 딱 맞게 들어간 자동차. 문은 어떻게 열고 나왔지?라는 의문이 드는 공간.



일본 공용주차장은 시간당 돈을 많이 받는다. 내가 사는 집의 주차공간을 이용하려 해도 차 종에 따라 한 달에 얼마씩을 지불해야 한다. 이건 자전거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아파트에 살며 자전거 보관함을 이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친구집. 밥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친구가 좋아하는 근처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향했다. 배부르게 이탈리아 음식들을 먹고 마트에 들러서 디저트를!! 겨울은 딸기의 계절이 맞는지 다양한 딸기 디저트들이 가득하다.



친구가 맛집이라 생각하는 이탈리아 음식점을 데려갔다. 후에 일본음식점을 데려갔어야 했다며 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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