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겨울 일본 도쿄

3화. 혼자 맞이하는 아침

by 노란콩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일어나 보니 친구와 친구의 친구는 출근을 하고 없다.

혼자 덩그러니 아침을 맞이하니 약간은 어벙벙하다.

여가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텅 빈 집에서 혼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나가려면 씻어야지. 전날 친구가 미술관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예약해 준 네즈미술관으로 혼자 가야 한다. 사이트로 얼핏 봤을 때 전시가 멋있거나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고자 마음먹은 건 네즈미술관은 건물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삐까번쩍한 도심 속에 혼자 다른 세상이랄까.




12시 예약을 해줬는데 그전에 밥을 먹고 미술관에 도착해야 한다.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고민이다. 뭐 먹지?

밤에 잠깐 봤던 친구집 근처에는 작은 식당들도 보였고, 마트, 편의점, 모스버거, 맥도날드 등등. 먹을 곳이 많았다. 사실 식당에서 혼밥도 좋지만 일본 하면 편의점 음식과 도시락 아니겠는가!! 편의점 음식이 먹고 싶기도 했고 어제 갔던 마트에서의 음식들이 종류가 너무 많아 다시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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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절장애는 PTSD오는 다양함.


아침부터 마트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아침 혹은 점심식사를 목적으로 음식들을 담고 있었다.



종류가 너무 많아 결정장애인 사람은 어려울 정도. 간단하게 생긴 도시락과 컵라면 그리고 참치회로 추정되는 생선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 연락을 하며 물어봤다.


-저거 생선 그냥 먹는 거 맞아?

-음... 맞는 거 같은데?

-응!! 고마워.

-잘 다녀오고. 저녁에 놀다가 혼자 밥 먹어도 되고 아니면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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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아침이었다. 양이 꽤 많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다. 길치의 인생이란 우리나라 지하철, 버스도 종종 반대로 잘못 타는 법. 일본지하철은 잘 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우리에게는 구글맵이 있지 않은가. 정말 구글맵이 다했다.




구글맵에 장소를 찍으면 열차 번호와 이동시간 동선 등등 모든 게 다 표시된다. 역으로 가서 그에 맞는 걸 타면 된다. 열차를 타고도 긴가민가한다면 다음 역이 어디인지 구글 지도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일본에서 길을 척척 찾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거 한국에서도 써야 하나... 아냐. 아니다. 길치지만 자존심이 있지!!!



웃기게도 난. 남들이 들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자존심을 부릴 때가 몇 가지 있는데. 저런 거다. 구글맵을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 사용한다? 뭔가 자존심 상하지...!! 비숫한 사례로 주위 사람들이 가장 이해 못 하는 다른 하나는. 내차가 큰 편인데 후방카메라가 없다. 운전을 벌벌 떨며 하는데 후방카메라가 없다.

하지만....주차를 하는데 후방카메라를 본다? 뭔가 자존심 상한다. 안다. 이상한 거. 근데 아직은 어쩔 수 없다.



뭐 어찌 되었든 아주 나이스하게 지하철을 탔고 미술관에 잘 도착했다.

미술관이 있는 동네는 유명 브랜드가 많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 많고 많은 매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꼼데가르송이었는데. 내 머릿속에 있는 그 브랜드의 대표 이미지는 귀여운 하트 캐릭터가 있는 무난한 가디건과 니트, 셔츠였다.



무난하게 입고 다닐 예쁜 옷이 있을까 하고 들어간 그곳의 꼼대가르송. 일단 간판이 없었고 점원들은 제3세계 옷을 입고 있었으며, 걸려있는 옷들은 흰색과 검은색의 오트쿠뛰르 패션이 즐비했다. 당황함과 함께 나의 추구미와 정서와는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해 바로 조용히 나왔다. 구경만으로도 충분했고. 그냥 기 빨린다.





그림을 보러 다니면 그런 게 있다. 그림에 기가 있다고나 할까?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나는 그림을 보면 그렇게 느낀다.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그림은 보기만 해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으며 보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준다. 내가 본 작품들 중 예를 들면, 대표적인 작가님들로 쿠사마 야요이, 고흐, 유영국 작가님이 대표적이다.

어떤 그림은 보기만 해도 따뜻함과 편안함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이우환 작가님, 김환기 작가님, 정영주 작가님.

어떤 그림은 보기만 해도 아프다. 크리스티앙볼탕스키.

이분들 그림을 직접 본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패션도 그런 것 같다. 저곳 꼼데가르송은 너무 세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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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묘한 분위기의 미술관


미술관은 언제나 고즈넉하면서도 정적이다. 난 미디어 아트전시보다는 회화나 설치미술을 훠어어어어어얼씬 좋아한다. 참 좋다. 전시를 하는 내용은 문자의 발달? 뭐 그런 거였는데. 사실 관심이 별로 없었다. 대충 느낌으로 말하자면 문자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전시였고 일본은 한자를 쓰니 중국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중국 일본의 정서가 가득한 전시였다.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다른 층에는 중국 문화제와 영국 문화제, 우리나라 문화제가 보였다.

'아니, 뺏어갔으면서 안 돌려줘?! 중국 문화제는 왜 이렇게 많은 거냐. 다 뺏겼네. 쯧쯧.'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문화제를 보면 매번 속이 상하더라. 저게 어떻게 저기 있겠어!! 그 과정을 생각하니 속이 상하고 열이 받지!!!!




그렇게 문자 감상을 하다 미술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옆에는 일본 아주머니께서 책을 읽고 계셨다. 나도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그 책을 찬찬히 읽으며 햇살을 받는다. 너무 평화로운 시간. 한참 책을 보다 지겨움이 느껴진다. 미술관에 들어온 지 2시간쯤이 지났다. 이제 슬슬 가봐야 할 시간이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미술관의 정원? 이 있다. 정원은 일본 스러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곳을 천천히 걷다가 벗어나 시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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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으로 만든 무언가. 문 앞에 놓여져 있어 무서웠다. 저주의 인형? 인가. 알고 보니 입춘대길 느낌의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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