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일본의 공기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니 역시나 힘들다.
아직까지도 커피를 먹지 못했다.
서서히 잠이 쏟아진다.
커피 수혈이 시급했다.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카페를 찾아보니 근처에 블루 보틀이 있었다. 가서 카페인 수혈도 하고 핸드폰 충전도 해야겠다. 길을 찾으러 돌아다니며 구글 맵을 사용 하니 배터리가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다.
블루보틀에는 사람이 많았다. 라테를 한 잔 시키고 자리가 날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가 생겼다. 그런데 주변 어디를 봐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당황스럽다. 한 치 앞을 몰랐던 나. 아침에 가방이 무거워질까 봐 친구가 챙겨줬던 보조 배터리를 집에 놓고 팔랑팔랑 왔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충전기만 들고 왔는데!! 이런.
인터넷에 찾아보니 일본에는 카페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단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는 심지어 회사에서도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없단다. 충전을 하지 마라고 공지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충전을 하면 회사의 공공 전기를 훔쳐? 쓰는 파렴치하고 무식한 인간이 된단다.
그 시선을 버틸 수 있는 자 회사에서 충전하라.
커피를 마시며 어디를 가볼지 정했다. 다양한 매장들이 있지만 가장 궁금한 건 슈프림. 한국에는 매장이 없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브랜드라 가보고 싶었다. 스투시도 가보려 했지만 저번 호주여행에서 이미 구경도 하고 샀으니 이번에는 패스.
천천히 매장을 찾아갔다. 해가 졌지만 거리와 매장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매장 안을 쭉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물건이 없다. 무난하고 기본적인 후드, 반팔, 모자, 남성용으로 보이는 아우터들. 내가 살 수 있는 물품은 후드티와 반팔 정도인데 후드티가 별로 이쁘지 않다. 이 가격을 주고 이걸 산다고?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반팔을 사자니 당장은 입을 수 없다. 그냥 사지 말고 나갈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도 아쉽다. 온 김에 하나는 사가야지.
결국 반팔을 하나 골랐다. 따뜻해질 날을 생각하며.
거리를 쭉 둘러보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물건을 사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저녁은 먹었어?
-아직!!
-뭐 계획 있어?
-아니. 모르겠어
-그러면 같이 먹을까?
-응!!
친구와 함께 가는 스키야끼집. 끓는 간장에 소고기와 채소 등을 넣어 날계란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처음에 직원분이 시범을 보여주신다. 처음 먹어보는 스키야끼는 입맛에 딱 맞다.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맛.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고 편의점에서 고른 디저트는 푸딩!!(도쿄에 있는 동안 편의점 푸딩 컬랙터였다.)
맛있는 디저트 집과 카페가 많다는 도쿄라고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정작 내가 느낀 건 기억에 남는 디저트와 커피가 없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디저트와 카페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일본의 디저트와 커피가 맛있다는 건 부풀려진 건지. 그런 가게를 내가 못 찾은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 곳이 없다. 그리고 솔직하게 우리나라 디저트와 커피가 더 맛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겨울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따뜻하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너무 건조하다.
도쿄에서 하루가 지나고부터 얼굴이 건조해지며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스크팩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겨울 공기가 많이 건조한데 일본의 집들은 보일러가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방바닥이 뜨끈해지는 시스템이 없어서 난방을 틀어야 한다. 그러니 더 건조하다. 일본 여행에서 상한 피부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시점에는 많이 복구되었다. 원래 피부로 만드느라 한동안 엄청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