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기를 바란다
글자를 뱉어내려는 충동은 배설욕과도 같은 것이다. 나란 인간의 근간이 되는 지겹고 불쾌하며 더러운 찌꺼기들을 한데 모아 뱉어내고 나면 느껴지는 쾌락의 향기란, 감히 나에게는 아름다운 언어를 작성할 자격이 없다고 질책함이 옳다는 근거가 아닐까.
내 신념과 가치관이란 단단한 기둥이 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한 채 곰팡이가 슬어버린 고목의 봄에 대한 질투. 파헤쳐놓은 공동묘지 땅바닥에서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할지언정 나는 그 뼈다귀들을 한데 모아 실실 웃고 있는 미치광이이다. 흐린 날들의 손가락질이 빗발친다. 피할 엄두조차 내지 않으며, 그 탁하고 습한 호수의 한가운데에 머리를 처박고는 깊이 숨을 들이쉰다.
그렇게 세는 것도 별 쓸모가 없는 날들이 모인 삶의 형태를 바라보자니 지겹구나.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인 불행의 열은 새끼줄이 되어 목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한다. 잠시 트이는 숨통이 시야를 가리고 가슴팍에 날카로운 덩어리를 쑤셔 넣는다. 아하, 쾌락과 고통이 겹겹이 쌓이고 나니 봐줄 만한 그림이 한 폭 나오는구나.
사포로 맨살을 긁어 쓰라린 생채기들을 낸다.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 멍하고 무채색의 하루를 보낸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밝게 빛나는, 낭만으로 가득 찬 낙원이라니. 하얀 종이를 먹물로 덮어버림이 죄악이라고 말한다면 차라리 담뱃불로 눈알의 한가운데를 지져버려 그것을 자유와 해방으로 부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