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게 스며드는 흑백의 풍경
예쁜 말들과 화사한 표지. 당장 브런치스토리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구경하다 보면 내가 쓰는 어떤 것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도 잘 다듬어진 문장들과 마음을 잠시 따뜻하게 해주는 글들. 그런 것들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가끔은 부럽다. 나는 그러지 못한다. 당장 방금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른 보기 좋고 긍정적인 글을 쓰려다 실패했다. 아, 부끄럽다. 내가 모른 척했던 진짜 내 모습을, 그 본질을 또다시 내칠 뻔했다. 그것이 내가 글로, 마음으로 쓰려고 한 유일한 것임에도.
자조(自嘲)하는 차가운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다시 내 영혼의 깊은 곳을 들추어본다. 절대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기로 했던 부정적인 감정들. 막상 끄집어내려니 아프지만, 다짐했다. 그것들이 만든 잿빛의 생채기 가득한 영혼에게서 적어도 나만은 눈을 돌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잊었나 보다.
고통과 상실은 늘 배척당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들을 피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한다면, 가장 어두운 면까지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난 새벽이 좋다. 그 고요하고 어둡고 차가운 시간이 좋다. 나를 수시로 집어삼키는 우울과 불안을 사랑한다. 더 아팠으면 좋겠다. 그것들이 얼마나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게 가시밭길을 발로 꾹꾹 눌러 밟아 배어 나온 핏자국이 그려낸 그림 한 폭이 반드시 이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감탄사를 받을 것이다.
장장 몇 차례에 나누어 나는 고통과 비극이 가르치고자 하는 귀한 가치를 역설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들이닥칠 비극의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인격을 만들도록 도와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