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그리워하다
그 소음의 한가운데에서 고요함이 나를 옭아매었다. 이는 그리움일까. 또는 데인 상처의 여운일까. 불 꺼진 운동장을 서성거리던 날들은 허공에 별가루를 날리었다. 그 멀고 차가운 둘레길을 내달려왔다. 그럼에도 다섯 발자국을 넘지 못한다.
전날에는 꿈을 꾸었다. 그럴 리가 없는 채색(采色)의 장미가 우두커니 서있는 젊은이를 둘레인다. 순수한 울음소리와 찢어지는 비명으로 가득한 광경이 낯설고 화사하게 오염된다. 그것이 마냥 싫지 않아 손 놓고 바라본다.
기억하지 못하는 향내음에 마음을 담그어라. 순간 아찔해진다. 도망치듯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다시 뒤돌아 훔쳐봄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미결(未決)의 순애(純愛)는 길바닥에 널브러진 삼월 이파리의 부스러기 따위일 테다.
밤길의 아득한 곳으로 도망친다 한들, 그리하여 몸뚱아리가 부서지고 짓이겨져 산산조각이 나길 바라어도 숨통은 기어코 붙어있을 모양이다. 새카만 하늘에 내뱉은 실소(失笑) 비통(悲慟)을 억지로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