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밤 (2)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by 제이

종강을 한 이후에도 나는 대전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독하게 운동에 매진하면서도 나는 다른 이들과 자주 어울렸다. 딱히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함께하고 싶어서라기보단, 그냥 그렇게라도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다. 지윤이랑 갔던 이태원 카페, 동아리 동기모임으로 한 번, 학과 동기들과의 추억 쌓기로 한 번 갔던 롯데월드, 종종 서현이와 보러 간 연극. 지금의 나에게는 몇 남지 않은 20대 초반의 즐거운 추억들이다.


한편 나에게는 중요한 두 개의 행사가 남아 있었다. 하나는 태권도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1주일의 합숙 훈련이었다. 훈련 기간동안은 평소보다 강도 높게 체력, 근력 단련과 태권도 연습을 진행함과 동시에 편의시설의 이용과 간식거리를 제한하고 직접 만든 식사만을 먹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찰행정학부의 하계 수련회였다. 2박 3일간 진행되는 하계 수련회 일정에는 바다에서 진행되는 레크리에이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계 수련회가 다른 엠티들과 달랐던 점은, 사범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사범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에게 하계 수련회는 절대 불참할 수 없는 행사였다.


문제가 있었다. 합숙 훈련과 하계 수련회의 일정이 겹치는 것이었다. 나에게 두 행사는 모두 중요하고 놓칠 수 없는 행사였기에, 나는 급히 일정 조정을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두 행사의 장소가 우리 학교 소속 숙소인 낙산학사로 동일했다는 점이다. 나는 동아리 운영진과 학과 학생회 양측에 양해를 구하고 합숙기간에 잠시 수련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합숙훈련 당일 나는 짐을 싸고 집합 장소인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당시 내 머리는 몇 차례의 탈색과 염색으로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머리색과 다르게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양양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이 여름이 끝날 때 나는 얼마나 변해 있을지, 그게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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