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밤 (3)

움직여야 한다면

by 제이

숙소 도착과 동시에 고강도의 체력훈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태권도부 내에서도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내 몸과 운동수행능력은 사실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어딘가 망가져있다는 사실은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숨이 차고 피로가 쏟아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관절에서 뿌드득거리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치료시기를 놓친 인대는 내 동작을 잡아주지 못했다. 그걸 극복할 수 있게 만든 내 진짜 무기는 독기와 열등감이었다. 나는 삶에서 이미 커다란 패배를 맛보았고, 더 이상 그 좌절감에 나를 방치할 수 없었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었다. 조금 더 강하고 싶었다. 그게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특히나 격투에 있어서 나는 호전적인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스포츠성이 뚜렷한 태권도의 겨루기와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타격을 하고 동작을 구사할 때면 나는 점수를 내거나 완벽한 움직임을 구성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내가 맞고 다치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기술을 연습할 때면 상상 속 상대가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아마도 내 어두운 면의 형상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걸 다치게 하고 싶었고, 아프게 하고 싶었다. 나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유연성을 극복하기 위해 스트레칭도 열심히 병행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학과 하계수련회 기간이 다가왔다. 동기들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오는 중이었고, 나는 짐을 챙겨 방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나와 같은 처지였던 재영이와 함께 짐을 들어 아랫층으로 옮겼다.


말이 수련회였을 뿐, 사실상 2박 3일짜리 MT에 가까웠다. 맛있는 식당에서 육즙이 가득한 고기를 먹었다. 여러가지 레크레이션을 하고 간단하게 술자리를 했다. 술을 마시는 일은 늘 나에게 고역이었다. 하지만 사범선배들과 대화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기에 첫 술자리에서는 주량을 아껴두고 일찍 잠에 들었다. 이틀째에는 바다에서 일정이 진행되었다. 어디에서나 튀는 핑크색 머리에 까만 수영복 차림으로 나는 동기들과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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