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이 지나고 (1)

반복

by 제이

가을이 찾아왔다. 해가 조금 빨리 떨어지고, 푸르던 잎은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9월의 첫 날에 적당히 친분이 있는 동기인 예정이와 술자리를 함께하기로 했다. 내가 간과한 사실은, 예정이와 H가 매우 친한 사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에게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예정이는 H를 불렀다.


겉으로는 티내지 않아도, 몹시 어색하고 불편했다. H를 다시 본다는 것은 불안정하고 미숙한 지난 학기의 나를 마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진작에 끊어냈어야 할 관계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 질질 끌어야 함을 의미했다. 그게 정말 싫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H에 대한 못다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중국풍 술집에서 전골과 술을 약간 마신 후, 우리 셋은 동기들이 있는 술집으로 2차를 가게 되었다. H가 소주를 들고 병째로 퍼마시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내 발길을 문 밖에 앉아있는 H에게 이끌었다. 나는 숙취해소제와 물을 챙겨주고는 자연스럽게 H의 집으로 향했다. 취했다기보다는 취한 척에 가까운 H를 붙들고.


우리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쳤다. 마치 H와 함께 보낸 찰나의 즐거운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면서도. 나는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는, 그녀와 엮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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