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란 허무이다
생일날 파티가 끝나고 나는 술에 취해 조금 울었던 것 같다. 마음속에 H에 대한 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럴수록 유도에 매달렸다. 유도는 나에게 남은 유일한 의미이자 과제였다. 부상이 쌓여갔다. 마음은 넝마짝이 되었다. 실력은, 그만큼 정직하게 늘었다.
덜컥 불안감이 나를 감쌌다. 재능과 실력에 대한 의심.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체급과 근력의 차이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갈수록 좁아졌다. 이 길이 나를 위한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덮으려고 더 오랜 시간동안 매트 위에 있었다. 나는 넘어지고 다치기를 반복했다.
사범 선발 면접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범은 1학년 신입생에게 유도를 가르치는 주축이 되는 직책이었다. 모든 유도 관련 행사는 사범의 지휘 하에 이루어졌다. 또한 사범은 학과의 모든 행사에 참여해야 하며, 1학년 신입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등 많은 제약을 감수하고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나는 학과에서 유도의 최고로 인정받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의 힘을 발판삼아 학과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발언권을 얻고 싶었다. 그 열정이 내가 잔뜩 다친 마음을 끌어안고도 유도에 매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사범이 되기 위해선 유도가 아니더라도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남겨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