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의 늪
예약된 술집의 윗층으로 올라가자 텅 빈 테이블에 술이 세팅되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표정을 구기고 있는 세 사범이 나를 포함한 다섯 맞은편에 앉았다. “한 병씩 마시고 시작하자.” 총사범이 말했다.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걸 마신다면 나는 채 5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알고 있는 정보와는 달랐음에도 나는 술을 병째로 들이켰다.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직후에 속이 울렁거리며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견뎌야 했다. 나는 억지로 정신을 잡아가며 쏟아지는 공격적인 질문들에 답했다.
의식과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슴팍이 조여오는 통증이 무서웠다. 토를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뛰쳐나갔다. 속을 게워내고 나자 어지러움과 흉통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기억에 흐릿하다. 실신 직전인 나를 누군가 업어서 밑으로 데려갔고, 응급실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진정제와 혈관확장제를 투여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동시에 몰려오는 것은 환멸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런 일들을 감수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