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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2025/01/13

by Stellar

잠이 들었다 눈을 뜰 때마다 거짓말처럼 리셋되는 기억을 가지고 살려면 매일같이 다짐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일기를 매일 쓴다는 것은 내게는 영영 일어나지 않을 일일 것 같았지만 스스로가 낸 숙제를 제출하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해 무려 2주씩이나 성공이다.


이사오기 전과 후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런던에서의 첫 두 달을 만회하려는 듯 계속 생각하고 움직이며 꼼지락거린다. 어제 인아에게 들은 튜토리얼을 떠올리며 커서라는 AI기반 코딩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었던 홈페이지를 뚝딱 만들어 냈다. 어찌나 몰입했는지 2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체험 횟수를 하루 만에 다 써버려 더 이상 작업할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일기를 아직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무심코 브런치 어플을 깔았는데 글이 발행가능해서 놀랐다. 매일 쓴 일기의 힘으로 이제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저 글을 계속 써나갈 뿐이지만 보이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몇 장을 넘겼을 뿐인데 벌써부터 마음에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예민하게 사건과 감정과 사물과 생명을 관찰하고 내 안으로 들여놓는 것. 들뜬 감정보다 날카로워서 아픈 감정들을 더 강하게 끌어안는 것. 가장 아픈 말들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


아직 새해라서 한동안은 내가 만든 숙제목록 사이를 들락날락 거리며 넘어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겠지. 자고 일어나면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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