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
인아가 제법 수강생이 많은 요가원을 운영하는 미래를 꿈꾸기에 나도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며 바다과 그 안의 생명을 관찰하는 꿈을 다시 떠올렸다.
언제나 바다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의지하는 곳이다. 나의 무력함과 초능력을 동시에 발견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바다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 있을 때보다도 용감해지지만 그만큼 위험에 쉽게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인간에게는 부레도, 초음파도, 야간 시력도 없지만 호기심이 부적합을 이겨낸다.
정말로 비건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해수면 아래의 세상을 처음 보고 나서였다. 육지에서 먼 바닷속의 부유하는 플라스틱과 빛을 잃은 산호의 무덤을 보았기에 더 이상 모르는 일이 될 수는 없어서 좋아하던 생선요리에도 입을 대지 않게 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끊임없이 쓰레기를 치우고 다이버들이 그물에 엉킨 해양생물들을 구해도 바다 수온은 매년 최고를 경신하고 숨을 쉬지 못하는 바다는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다.
옛날에 태안반도에서 기름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바닷가에 갔다가 끈적하고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인 해변을 마주했었다. 바위에 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는 기름 덩어리를 어떻게든 조금 더 떼어내려고 애쓰다 보니 배어버린 휘발유 냄새는 아주 오랫동안 빠지지 않아 불쾌하고 찝찝했었다. 이런 냄새나고 불쾌한 게 어마어마하게 바닷속으로 떨어졌는데 사람들은 내가 먹을 해산물이 오염되는 것만 걱정하고 있었다. 저 기름에 숨이 막힐 바다와 무수히 많은 생명은 모두 인간의 소유물인 것처럼.
8년 전 호주에서 만났던 밍크고래의 눈을 잊지 못한다. 슬쩍 다가와서 곁눈질하고 이내 멀리 사라졌다가 다시 한 바퀴를 돌아와 이전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커다란 눈동자. 내가 탔던 그 배에는 밍크고래를 연구하는 해양생물학자들이 함께 있었다. 그들은 매년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밍크고래의 개체수를 확인하고 관찰하는데 슬프게도 한국과 일본에서 남획되어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고래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오래 바라보았고 그 배에서 내린 뒤 서서히 생선을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다.
해양생물학을 공부해 보겠다는 마음은 우주에 꼭 가겠다는 소망과 비슷한 것이지만 병든 바다를 보며 괴로워지는 사람으로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 끊어내려 해도 아주 깊이 엉켜 끊어낼 수 없는 그물을 감고 죽어가는 산호의 모습을 품고 산다. 빨갛지 않고 새파란 등껍질이 아름다운 랍스터의 모습과 감정에 따라 피부모양을 바꾸는 갑오징어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