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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싸우기

2025/01/26

by Stellar


어제 썼어야 하는 일기다. 매일 글감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매일 새롭게 느낀다. ADHD와 기면증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나는 항상 뇌가 정신을 차리도록 싸우고 다독이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스치듯 안녕하는 기억 때문에 놓쳐버리는 그때마다의 생각이 아쉬워서 한 번쯤은 독하게 마음먹고 짧은 글이라도 매일 써보겠다고 다짐한 새해였다. 긴 글이 되지 않으면 그날의 생각이나 일어난 일의 몇 장면을 한 문장, 몇 단어로라도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있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여전히 앉아서 글을 쓸 충분한 시간을 매일 만든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뒤죽박죽인 머릿속의 물건들을 잠시나마 의미 있는 배열로 맞춰놓고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오늘도 비가 꽤 내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우산이 꺾이고 온몸으로 빗방울을 받아내며 걸었다. 그런데도 우산을 쓴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물이 떨어져서 그걸 맞으며 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주변의 나무와 풀, 흙처럼 하던 행위를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산이 꺾이는 것을 막으려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우산대를 움직여 비를 맞는 나는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사물 같았다.


지구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든 지층 사이사이에서 살아갔을 존재들에 대한 생각을 계속한다. 멸종한 생명체들과 화산재 속에서 살아남아 진화한 종들에 대해 생각한다. 산호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에서 숨도 쉬지 못하지만 물고기와 내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끈을 잡으려고 애쓰다가 거기에 매몰되면 작업은 한 뼘도 나아가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간다. 동굴 천장으로 떨어져 고여있던 물. 내가 우산으로 막아내던 물. 피를 흐르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고 뇌를 잠들고 깨어나게 하는 몸속의 물.


차가운 밤으로 나가 새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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