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내기

by 참꽃마리


어느 날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한문에 들어오는 가게 외관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초록의 건물과 반짝이는 알전구의 유혹이 강렬했다. '들어와 봐, 여기 맛집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을 스치듯 일별 했지만 기어이 어딘가 찾아냈다. 지도를 켜고 근방의 음식점을 찾으니 돈가스집이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데이트를 할 때도 종종 가곤 했던 경양식집의 그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가 주 메뉴란다. 요즘 보기 드문 곳이다. 때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맛보고 싶은 음식이기도 하고. 후다닥 지도에 별표를 한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찾아가 맛있게 먹어봐야지. 부자가 된 흐뭇한 기분이다. 별 하나를 또 하늘에 띄웠으니. 별을 따는 날, 그날은 맛있는 날로 기억해야지.

저녁에 돌아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돈가스집을 생각해 냈다. 오늘 맛집 하나를 개척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신나는 목소리로 나도 맛있는 돈가스집을 안다며 내가 알아낸 집은 어디냐고 묻는다. 아끼며 안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비밀스러운 미션을 수행하듯 혼자서 조용히 다녀올까 했었는데. 서로 돈가스 집 위치를 교환했다. 아이가 함께 가서 맛보자 하더니 대뜸 말난 김에 내일 어떻냐고 설레며 묻는다. 점심시간에 나에게 오란다. 마침 회사 근처니 함께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자고. 흔쾌히 그러자고 약속하며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내일은 네가 아는 집, 다음에는 내가 별표 해놓은 집에 가보자. 그리고 서로 객관적인 평가를 해서 맛없는 집을 안내한 사람이 밥값을 내는 건 어때? 콜! 아이가 소프라노로 받는다. 악수를 하며 약속을 마쳤다.

드디어 오늘 나는 버스를 타고 아이 회사 근처에 있는 그 집을 찾아갔다. 점심시간에 대기할 수도 있으니 미리 가서 주문을 해놓으라는 명을 받았으니 늦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쉽게 자리를 잡았다. 돈가스와 여기에서 인기 있다는 쫄면을 하나씩 주문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음식이 나오면서 동시에 아이가 들어섰다. 우선 양이 많다. 이 집 양으로 승부하는 걸까 싶다. 생각났다. 예전에 시골에서 먹었던 시골돈가스다. 크고 얇은, 갈색의 소스가 올려 나오는. 채 썬 양배추와 밥이 곁들여지는 접시는 컸다. 맛을 안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맛이다. 이걸 맛있다고 했다. 아이는.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난 듯.

그래도 맛있었다. 아이와 모처럼 점심을 함께 하는 즐거움이 맛보다 더 좋았으니까.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같이 먹었던 쫄면의 맛을 몇십 년 만에 처음 맛보았다. 매우면서도 깔끔한, 쫄깃한 면발의 맛이 먹을만했다. 왜 진즉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매일 도시락을 싸가는 아이에게도 외식은 또 다른 재미겠지. 반찬이 마땅치 않은 날, 괜스레 도시락 싸는 게 귀찮아질 때, 나도 외식이 하고 싶을 때 나는 아이에게 점심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다. 같이 있는 동안 열심히 즐기자. 손 잡고 걸으며 맛집도 찾아다니고, 산책도 다니고, 카페도 들락거리며. 다 큰 딸이 있어 행복한 엄마로.


작가의 이전글노을을 보러 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