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과 팀워크의 의미

사라져가는 손끝의 지혜, 우리 조직은 안전한가?

by 노재항 코치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AI는 숙련된 기술직을 대체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일을 할 인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과 왕실에 납품하는 고급 문구 제조사 Crane Stationery의 고정밀 조각 기술처럼, 인간의 숙련된 손길이 필요한 중요한 기술들이 인력난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우리 시대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AI가 못 하는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기술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AI에 대체되지 않을 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데도,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고 아무도 계승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역설은 단순히 전통 공예의 위기가 아닙니다. 현대 조직의 팀워크와 리더십에 대한 강력한 경고입니다.


조직 내 '숙련된 기술'은 무엇인가?

우리 조직에도 정밀 조각술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숙련된 기술'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종종 관찰할 수 있는 팀워크에서 사라져가는 숙련 기술들:

경청의 기술: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듣고, 그 이면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

관계 형성의 지혜: 신뢰를 쌓고,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며,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능력

맥락 이해의 통찰: 데이터 너머의 맥락을 읽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능력

암묵지 전수: 매뉴얼에 담을 수 없는 노하우와 감각을 후배에게 전달하는 능력

집단 지성의 촉진: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력

이러한 기술들은 AI가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기술들을 개발하고 전수하는 데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요?


위기의 신호: 우리 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Crane Stationery의 조각 기술이 사라져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고, 아무도 가르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상 1: 회의는 많은데 대화는 없다. 팀 미팅 시간은 늘어나지만, 정작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안건만 빠르게 처리하고, 의견 조율은 메신저로 대체되고, 갈등은 회피됩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법'이라는 팀워크의 핵심 역량을 연마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따로 일하는 '가짜 팀'이 늘어납니다.

현상 2: 협업 도구는 발전하는데 협업 능력은 퇴화한다. Slack, Notion, Jira 등 협업 도구는 계속 늘어나지만, 팀원들의 협업 역량은 오히려 약화됩니다. 도구 사용법은 교육하지만, '어떻게 함께 생각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가'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팀워크의 본질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상 3: 경험 많은 팀원이 떠날 때 팀이 무너진다. 핵심 팀원 한 명이 퇴사하면 팀의 성과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업무 프로세스는 문서화되어 있지만, '어떻게 서로 신뢰를 쌓는지', '어떻게 어려운 대화를 시작하는지', '어떻게 팀의 암묵적 규칙을 읽는지'는 전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팀원이 떠나면 팀워크의 노하우도 함께 사라집니다.

현상 4: 신입은 빨리 배워야 하고, 선배는 가르칠 시간이 없다. 신입 팀원에게는 빠른 성과 창출을 요구하고, 기존 팀원에게는 가르칠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온보딩 프로그램은 '업무 스킬'만 다루고, '팀의 일원이 되는 법'은 각자 알아서 터득하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팀워크 역량의 세대 간 전승이 끊기고, 각자도생하는 문화가 자리 잡습니다.


팀 코칭에 주는 세 가지 시사점

그렇다면 팀 코치와 리더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Crane Stationery의 조각 기술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분석하면, 우리 팀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가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게 만들어라. 정밀 조각술의 가치는 완성된 작품을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팀워크의 숙련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과 낮은 팀의 성과 차이를 정량화하고, '관계의 질'이 '결과의 질'로 이어지는 경로를 구체적 사례로 입증하십시오. 숙련 기술의 ROI를 측정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투자가 정당화됩니다.

학습과 전승의 구조를 설계하라. 조각 기술이 사라지는 이유는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팀워크 역량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Continuous Team Learning)을 통해서만 발전합니다. 프로젝트 회고를 진짜 학습의 장으로 만들고, '우리 팀만의 일하는 방식'을 문서화하며, 팀 내 '학습 촉진자' 역할을 순환 배정하십시오. 마치 조각 기술자가 매일 손끝 감각을 연마하듯, 팀도 매일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성찰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느림의 가치를 복원하라. 숙련은 빠르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진정한 팀워크 역량은 시간과 반복을 통해서만 체화됩니다. '빠른 성과'와 '깊은 역량'의 균형을 맞추고, 즉각적 결과뿐 아니라 관계의 질을 평가 지표에 포함시키십시오. 리더에게 '가르칠 시간'을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는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마치며: 일대일 코칭을 넘어, 팀 코칭의 시대로

Crane Stationery의 조각 기술은 이미 희귀해졌습니다. 다시 되살리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팀의 숙련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관계를 맺을 줄 아는 리더', '경청할 줄 아는 팀원',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구성원'을 찾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요?

현재 대부분의 조직은 코칭을 '개인의 역량 개발'로만 접근합니다. 임원 코칭, 리더십 코칭, 커리어 코칭... 모두 일대일로 진행됩니다. 물론 개인의 성장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I 덕분에 개인의 역량은 폭발적으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ChatGPT는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글을 쓸 수 있게 해주고, Copilot은 초보 개발자도 복잡한 코드를 짤 수 있게 만듭니다. AI는 개인을 더욱 뛰어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AI로 강화된 뛰어난 개인들이 모여도,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르면 팀의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자가 AI 도구로 무장한 '슈퍼 개인'이 되면서, 협업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더 큰 마찰이 발생합니다.

두 가지 역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일은 팀 단위로 일어나는데, 코칭은 개인 단위로만 이루어지는 역설

AI가 개인을 강하게 만들수록, 팀워크는 더욱 중요해지는 역설

이제는 실제로 함께 일하는 팀을 대상으로 하는 팀 코칭(Team Coaching)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팀 코칭은 단순히 팀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하는 그룹 코칭이 아닙니다. 팀이 함께 일하는 과정 자체를 관찰하고, 팀의 상호작용 패턴을 발견하고, 팀 전체의 학습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인간의 본질은 느리게 성숙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투자해야 할 것은 자동화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숙련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아는 팀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조직에는 그런 팀이 있습니까? 그 팀을 키우기 위해 팀 코칭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이 바로 일대일 코칭의 한계를 넘어, 팀 코칭으로 전환할 때입니다.


* 이 글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AI Can't Touch These Skilled Trade Jobs. If Only Enough Humans Would Fill Them"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팀워크 Team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