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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Mar 29. 2024

점점 알게 되는 것들

빼기

노을은 해가 지기 전후로 삼십 분이 제일 예쁘다고 한다. 매직아워라고 말할 정도로 그 시간대의 하늘은 푸르고 파스텔톤의 연분홍빛의 배경이 공간을 압도한다. 한껏 예쁨을 뽐내다 해가지고 나면 건물의 빛이 내뿜는 야경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적막함이 세상을 덮는다. 서울 밤의 야경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밤늦게까지 지속되는 야근 덕분에 멀리서 보이는 전등과 빛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만든다. 그들도 그걸 알까.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조금 먹다 보니 점점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낭만과 감성이 사라져 간다. 겉이 까끌까끌한 오래된 곰보빵같이 거칠어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시야를 잃어가며 대부분의 것들에 의미와 속내를 파악하려 들고 참을성은 덤으로 사라져 간다. 사랑으로 포장된 예쁜 것들은 사실 그만한 고통이 따른다고. 결과가 마냥 좋을 순 없다고.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잘해야 한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싫어했던 것. 게으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꽤나 부지런했던 몸. 면역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잔병을 달고 살던 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취향도 변하고 주변의 사람들도 덩달아 변해간다. 환경과 사람 그리고 나 또한 모두가 그렇게 흘러가며 알게 된다. 때에 따라 적당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오색 물감으로 칠해져 있던 세상이 흑백사진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장소를 옮겨 사람들이 둘러싸인 공간에 간다. 다른 사람들의 색감에 조심스레 물들어 간접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라는 식의 위로도 받으며 노을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한다. 어느 날 노들섬에 갔는데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는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꽤나 많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들. 노을 진 풍경을 보는 사람들. 철로 위로 다니는 지하철을 구경하는 사람들. 많은 연인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 섬엔 낭만이 적잖게 맴돈다. 그래서 이곳에 종종 오나 보다.


그곳에 앉아 알게 된 것들을 되뇌어본다. 잊고 알고 간직하기 위해서. 

아직은 모르지만 앞으로 알게 될 것들에 대해 용기를 얻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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