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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Mar 30. 2024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

나누기

인사동을 오랜만에 갔다. 몇 년 만에 그 길을 걸었고 저녁시간에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리는 여전히 북적거렸다. 꿀타래를 파는 상인, 미술에 쓰일 붓과 물감을 파는 상점. 쌈지길과 소품 숍들이 들어서 있는 이 길은 꽤나 낭만적이다.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고 근처에서 솥밥을 먹고 산책 겸 길을 나섰다. 몇 년 전 와서 누군가와 데이트를 했었던 거리.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었던 거리. 친구들과 종로를 구경하러 왔다가 들렀던 거리. 같은 거리지만 여러 가지 순간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날의 사진과 그때 들었던 노래. 그때의 계절과 온도.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도 있었고 때론 봄기운이 찾아와 따스해서 청계천까지 이어졌던 걸음. 다시 이 거리를 걸으며 회상했다.


사람마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자신의 사진첩에 고이 모셔두었다 우연찮게 꺼내본 사진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거리의 버스킹 덕에 선율로 젖어든 공기를 기억한다. 우연히 그때의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 다시 그때의 거리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함께 했던 날을 되새기며 그날을 추억하기 위해 다시 찾기도 하며 누군가는 그곳에서 먹었던 밥이 맛있어서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간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사진, 노래, 음식, 인물.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를 추억한다. 그러면서 현재를 되뇌고 그 또한 언젠가 꺼내어 볼 낡은 사진처럼 과거가 진행된다. 반복되는 회상은 꾀나 소중하다. 시간에 따른 마음 상태와 기분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다. 때로는 배우고 나누며 때로는 덜어내고 포기와 마침표를 찍을 용기를 얻는다. 때로는 누군갈 용서하고 품어 줄 용기를 얻는다. 


우연찮게 걸어본 그날의 거리는 언제를 회상하기 위함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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