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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Apr 01. 2024

만우절

빼기

4월은 싫은 기억들을 지우기 좋은 달 같다. 시작부터 만우절이랍시고 거짓말로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들 그런 기억들 하나씩 있을 거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 이불킥을 하거나. 애써 마음에 담아 두고두고 후회했던 말들. 그땐 그랬어야지, 이렇게 했어야지 하면서 돌이키는 것만으로 마음의 무게가 늘어가는 기억들.


모든 관계를 붙잡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웃는 얼굴로 마주한다.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아도, 그랬어? 많이 힘들었겠네 하며 위로해준다. 원하던 일을 이루고 잘 나아가는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못했는데. 정말 축하해! 잘 됐다. 사실은 부럽고 질투가 났으면서.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마음만 늘어갔던 날들이 후회스럽다.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배려를 가진 체 껍데기뿐인 공감과 위로, 축하를 해준 게 나쁜 행동일까?


타인의 기준을 나에게 맞춰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 나는 항상 제자리인 것만 같은데 남들은 저기 멀리 가있다. 그게 부러웠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최선을 다해봐야지 했는데. 욕심을 많이 부렸나? 내가 잘 되어야 주변을 위해줄 수 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못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주변이 가져다준 행복에 대한 기준이 나에게 스며들어있었다. 하나 둘 버리고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주변을 보려고 했다. 정말 기쁜 일엔 축하를, 아픈 일엔 공감과 눈물을 주려고. 좋은 사람의 기준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보통의 사람이 되려고 했다.


거짓말이랍시고 고백해 보자. 별로 안 축하해, 부러워서 질투나. 정말 기쁜 일에만 웃고 싶어. 가식적으로 웃고 공감해 주기 싫어서.라고.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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