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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Apr 04. 2024

익숙함에 대하여

빼기

계절이 바뀌면서 꽃이 핀다. 비가 오면 기껏 피워낸 것들이 시들고 초록 잎이 자란다. 쨍하고 해가 뜨고 하늘이 높아지면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그러곤 다시 해가 짧아지면서 눈이 내린다. 늘 있던 일들이라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추웠던 겨울이 가고 벚꽃과 목련, 산수유가 피는 날. 설렘을 가득 안고 꽃을 쫓아다녔던 그런 날. 한 해가 시작하고 벌써 시간이 이만큼 흘렀나 싶을 찰나에 꽃이 핀다. 그때만 잠깐 피우고 지나가버리는 것들. 익숙하지만 아쉬운 것들. 보통 이런 것들은 찰나에 다가왔다 금방 사라져 버릴 것들이다.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보단 함께 했지만 너무나 짧았던 시간들이 아쉽다. 찰나에 피워내 가장 예뻐지려고 노력했던 것들.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어도 가지를 붙잡고 강하게 버텨내었던 것들. 한 해가 지나면 다시 찾아올 것들이지만 올해도 역시 짧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것들. 짧게나마 보아서 좋았던 것들. 익숙하지만 곧 그리울 그런 것들. 다시 피워낼 그날을 기대하고 그동안 피워낼 준비를 하는 거. 익숙하지만 그때가 되면 늘 최선을 다하곤 한다.


익숙함을 비추기 위해서.

익숙함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

피워내기 위해서 정성을 다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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