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의지

by Kn

우리는 흔히 ‘의지’라고 하면 ‘내가 결정한 것’, 즉 자율성과 통제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러나 분포 이론의 관점에서는, 그조차도 이전의 감정·기억·교육·사회 구조·기억의 누적 분포 속에서 생성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자율성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까지가 우리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분포의 윤리학에서 ‘의지’는 개인의 비도덕성, 범죄, 본질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본다. 그러나 ‘의지’라는 것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결국 다양한 ‘분포’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결과라고 보아야 할지 모른다. ‘의지’ 자체가 어떤 하나의 ‘분포’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여러 ‘분포들의 덩어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둘 다 해당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느꼈던 긍정적 감정의 분포’, ‘나쁜 행동을 했을 때의 후회나 처벌에 대한 기억 분포’, ‘장기적 목표에 대한 생각 분포’ 이런 것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성’이라는 ‘의지’ 분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릇’은 이 모든 다양한 분포들(생각, 감정, 기억, 목표, 그리고 ‘의지’까지)을 담고 있는 곳이고,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 기능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의지’ 분포가 강하게 활성화되면 다른 행동 관련 분포들의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작동할 수 있다. 도덕적이고 올바른 행동 관련 분포들의 선택 확률을 높이고, 나쁜 행동 관련 분포는 억제하는 식으로.

결국 ‘의지’는 특정한 분포들의 연결 강도를 높이고, 다른 분포들의 개입 가능성을 낮추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이는 습관, 환경, 반복된 자기서사, 타자의 피드백 등을 통해 길러질 수 있으며, 결국 ‘의지’ 역시 훈련될 수 있는 분포적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의지’는 어떤 특별한 정신적 근육이 아니라, 분포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며, 강화되는 하나의 경향성일 수 있다. 그리고 이 경향성은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기억을 붙잡고, 어떤 반복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은, 단지 분포에 떠밀리는 존재가 아니라, ‘분포를 관리할 수 있는 존재’로 서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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