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부담감이 몰려온다.
내가 풋살컵에 나간다는 소문은 학교에 순식간에 퍼졌다. 5학년 남자아이들도 복도에 모여서 팀을 꾸리는지 시끄러웠다. 인원수와 학년 합산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5학년 5명은 출전이 불가했다.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로 누가 빠져야 하는지 실랑이를 하던 아이들. 곧이어 눈물을 보이며 우리 반 P군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므로 어설픈 위로는 패스했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나의 출전 소식은 여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6학년 여학생들 3명이 3학년 동생 2명을 스카웃해서 풋살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도 나가는데 우리가 못 나갈게 뭐람! 아무튼 6학년 여학생 3명 모두 운동신경이 남다른 아이들이기에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신청 마감은 1월 24일 금요일이었다. 총 6팀이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옆반 아이들이 선생님팀 맹구 FC라며 노래를 개사해서 놀렸다. 그래서 6학년 2반 선생님한테 신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벌써 신경전이 대단하다.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가 축구 연습을 하고 난리였다. 우리 팀 주장 MS이는 선생님 축구화 걱정부터 했다. 내가 발 사이즈 235라고 하자 자기 축구화 집에 여유분 있다며 1개 가져온다고 했다. 급식을 먹으러 가기 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맹구 FC의 DH(4학년)이를 만났다. 날 보며 씩 웃더니 인사말을 던졌다.
“선생님, 연습하고 계시죠?”
“허어엉, 그럼 그럼 나만 믿어.!”
나의 허언증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설날에도 온통 축구 생각만 했다. 축구공을 집에서 안 챙겨 와 연습을 못 했다. 아까비! 진짜 논두렁에서 축구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나름 나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몸이 무거워지면 뛸 때 힘들까 봐 음식 조절을 했다. 갈비며 과일이며 먹을 게 넘쳐났지만 진짜 절제했다. 마음만은 벌써 국가대표이다.
31일 금요일 점심시간에 우리는 6학년 2반으로 총출동했다. 체육부장이 경기규칙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우리 경기는 토너먼트전으로 진행이 되며 첫 경기에서 이긴 3팀은 모두 2번째 경기로 올라가고, 패한 3팀 중 골득실을 따져 가장 잘한 1팀도 두 번째 경기에 진출한다. 두 번째 경기에서 이긴 두 팀이 최종 결승에 오르게 된다. 최종 우승 팀에게는 우승 트로피와 1인 1 축구공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경기는 체육관에서 이루어지고, 5명이 경기에 참가하나 부상이나 결석으로 공석이 생길 시 다른 대체 선수 투입이 가능하다. 심한 파울을 할 시 경고 없이 퇴장이다. 그리고 욕설을 하거나 싸움이 날 경우 이후 경기는 모두 취소가 된다. 선후배 간의 단합 도모와 건전한 스포츠 정신 함양 이게 바로 체육부장이 풋살컵을 개최한 큰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너먼트 대진운 뽑기를 했다. 실력으로 보나 덩치로 보나 6학년 남학생 3명+3학년 남학생 2명 조는 좀 피하고 싶었다. 첫 경기부터 박살 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두 손을 꼭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정도 대진표이면 1승은 가능할 것 같다. 나중에 체육부장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혹시 뽑기 할 때 손 좀 썼느냐고 말이다. 근데 백 프로 공정하게 뽑았다고 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인게 틀림없어! 1승 가즈아!
(맹구 FC와 붙는 KFC**셀로나 팀은 4학년 남학생 5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과연 그녀는 꿈에 그리던 1승을 할 수 있을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