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
국어 시간에 아이들과 단일어와 복합어를 배우고 있다.
바늘처럼 ‘바’와 ‘늘’로 나누면 본디의 뜻이 없어져 더는 나눌 수 없는 낱말을 단일어라고 하고, 사과+나무, 맨+주먹처럼 두 낱말을 합한 낱말을 복합어라고 한다.
오늘은 복합어를 조금 더 자세하게 배우는 시간이었다.
“자, 맨주먹의 맨은 무슨 뜻이냐 하면 아무것도 섞이지 않고 이런 뜻이야. 맨손, 맨몸, 맨밥 이렇게 쓰일 수 있겠지? 또 다른 낱말 무엇이 있을까?”
“음, 맨투맨.”
“그 맨은 우리말 아니에요.”
“저요, 저요.”
“00이?”
“슈퍼맨”
아이들은 빵빵 터졌고,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것도 영어라고 알려주었다. 난 선생님이니까.
다음으로 꾼을 배웠다. 나무+꾼, 소리+꾼, 낚시+꾼 이렇게 뭔가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꾼은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자, 꾼을 붙인 사람은 뭐가 또 있지?”
“사기꾼?”
“맞아요. 사기를 계속 치는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하죠. 여러분은 사기꾼 되면 안돼요.”
“선생님, 또 있어요.”
“뭔가요?”
“마기꾼요.ㅋㅋㅋㅋ"
“하, 여러분 그건 국어사전에 안 나와요.”
아, 오늘 국어수업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 마지막으로 햇을 넣어서 단어를 만들어 볼까요? 햇곡식, 햇밤 또 뭐가 있을까요?”
“선생님 저요, 저요.”
“네, 00이?”
이번에는 진짜 간절한 눈빛으로 정답을 말해봐라고 나는 신호를 보냈다.
"햇반 입니다."
“........ 그건 상표에요.”
다행히 내가 화를 내기 전에 종은 쳤고, 나는 연구실에 가서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오후에 연구실에서 오늘 국어시간에 있었던 이 일을 말했더니 4학년 김선생님이 그랬다.
"선생님. 원래 애들은 담임 닮는다고 하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