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엄마와 아들

내가 가는 이 길을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by 사차원 그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발령 대기 중이던 저는 운전면허 시험장에 등록합니다. 시간도 남았고 운전면허증은 언제든 필요하니 주변에서 따야 한다고 다들 재촉하셨죠. 필기시험과 장내 시험은 가뿐히 통과했습니다. 이래 봬도 저 1종 보통입니다. 문제는 도로 주행이었지요. 시험날 제 옆에 탔던 강사님이 중간에 급하게 차를 멈추게 했습니다.

“여기요. 더 가다간 우리 둘 다 오늘 죽겠어요. 진짜 교대 나온 거 맞아요?”

“네. 죄송해요. 강사님. 주행 연습 더하고 다시 시험 칠게요”

2번의 시험 후,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습니다. 무사고 12년. 아직도 도로가 무서운 나는 12년째 초보입니다.

운전 경력이 12년이나 되었지만 운전 실력은 형편이 없습니다. 관외 전출로 인해 타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전인 2021년까지 한 번도 고속도로를 타 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여행은 항상 남편이 운전했고, 워낙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붐비는 대도시를 찾아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지요.

처음 타지역으로 발령이 나고 거리도 거리지만 저는 처음 타는 고속도로에 너무 긴장되었습니다. 며칠을 끙끙대고 있으니 남편은 안 되겠다며 저와 도로 주행을 나갔지요. 그래서 3일 동안 남편과 저는 똑같은 코스를 왕복 주행하면서 길을 익혔습니다. 아주 답답하시죠. 그래도 어째요. 먹고살려면 운전해야 하는데요. 남편 덕분에 지금 출퇴근을 잘하고 있습니다.


운전자로서 저의 약점은 주차와 끼어들기입니다. 회식 장소가 공지되면 저는 항상 그 가게 주변에 주차장이 있는지부터 검색합니다. 가능한 한 멀어도 안전하고 넓은 공용주차장에 주차합니다. 그리고 모임 장소가 집 근처이면 그냥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고 갑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두 번째는 끼어들기입니다. 저는 그 끼어들기 타이밍을 12년째 못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른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한 5분 정도 더 가서 유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저를 보며 남편은 어떻게 10년이 넘었는데 운전 실력이 제자리냐고 매번 답답해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산이 하나 남았으니.


토요일 오전 9시 50분 아들과 도서관에 가기 위해 차를 탑니다. 그리고 저의 단짝 내비게이션을 소환합니다. 뭐라고요. 저번 주도 가지 않았느냐고요. 네. 그렇죠. 그런데 그 길이 가물가물해서 안 되겠어요. 내비게이션에 도서관 주소를 입력합니다. 어라? 저번 주와는 달리 길을 알려주네요. 남편 말마따나 모든 길은 통한다. 일단 새로운 길로 가봅니다. 10분 정도 지나고 새로운 사거리가 나옵니다. 어어어. 아 직진해야 하는데, 뒤차가 빵빵거리는 바람에 우회전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다시 새롭게 길 안내를 하지만 또 방향이 틀렸습니다. 저는 벌써 근처의 다른 아파트 출입문에 서 있네요. 창밖을 보던 아들이 황급히 부릅니다.


“엄마, 엄마 여기를 왜 와?”

“어, 맞지. 여기 아닌데.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 다시 차 돌려 나가자.”


오늘도 어김없이 길을 헤매는 바람에 예상 도착시간보다 7분이나 늦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아들은 저를 한 번 째려보면서 후다닥 도서관에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기억을 시로 생생하게 적어 내려갑니다.


경로이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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