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대회에 갈 수 있을까?

엄마 난 주목받는 게 싫어요.

by 사차원 그녀

줄넘기 학원 원장님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왔다. 11월에 있을 줄넘기 대회 안내와 신청 기한이 명시되어 있었다. 퇴근하고 아들을 불러서 의사를 확인했다.

“아들, 줄넘기 대회 한다는데 신청할까?”

“아니. 절대 안 가.”

“왜, 싫은데. 이유가 뭐야?”

“엄마, 난 사람들 주목받는 게 싫어. 거기 사람들 엄청 오는 거 알지? 그래서 가기 싫어.”


그렇다. 작년에도 아들과 나는 그 대회에 갔다. 그건 순전히 원장님 덕분이었다. 원장님은 전화로 우리 아들만 빼고 모든 애들이 다 대회에 출전한다고 알렸다. 집에 온 나는 화도 내보고 살살 구슬려도 보고 해서 겨우 아들을 대회장에 데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대회장에 간 아들은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 종목에서 3학년 부 1등을 했다. 원장님 말마따나 실력은 충분했다. 단지 자신감이 부족했을 뿐.


‘사람들 주목받는 게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아들의 말을 난 믿을 수가 없다. 동시 쓰기 2회 차 수업 날이었다. 그날은 쫀드기쌤이 자신이 쓴 시를 앞에 나와 발표해 보자고 했다. 선생님의 부름에 미적미적하던 아들이 앞으로 나갔고 한 번도 아들의 학교 참관수업에 가보지 못한 엄마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들이 넙죽 선거 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기호 1번, 000입니다. 경로이탈.........”

아들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아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들은 뒤이어 친구들이 나오자 기호 2번, 기호 3번 추임새를 넣어주며 응원을 보태기까지 했다.


몇 주 전에는 아들 반에서 학급 학예회를 했다. 학예회 전날 밤, 자기 책상에서 스케치북에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나무를 그리고 있었다. 뭐 할 거냐고 물었더니 내일 학예회 때 인형극을 한다고 했다. 당연히 작년처럼 혼자 줄넘기를 할 줄 알았더니 의외였다. 그리고 나는 걱정이 되었다. 소품도 오늘 준비하고 있고, 집에서 연습 코빼기도 하지 않던데 내일 망했네. 학예회를 하고 온 저녁 아들이 자랑스럽게 학용품 선물 세트를 가져와 내밀었다.

“이게 뭔데?”

“이거 오늘 선생님께 받은 선물.”

“선생님이 선물을 왜 주셨는데?”

“오늘 학예회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거 투표했는데 우리 팀이 뽑혔거든. 그중에서 친구들이 나 뽑아줬어.”

나는 선생님이 올려주신 동영상을 보고 기가 찼다. ‘병맛 금도끼 은도끼’ 무근본 막장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인형극에서 아들은 대사를 찰지게 치고 있었다. 내 눈에는 하나도 재미가 없는데 초딩들에게는 뭐가 재미있는지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 주목받는 게 싫다’라는 아들의 말을 무시하고, 남편과 나는 또 아들 꼬시기 작전에 돌입한다. 못해도 되니까 그냥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가보자는 말도 안 먹혔고, 결국에는 참가비 보냈다 그날 대회 가라 한마디로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툴툴대던 아들도 며칠이 지나자 곧 수긍했고, 자신이 이번에 상을 타면 핸드폰을 한 달만 빨리 사달라며 나를 회유하기까지 했다. 빠른 태세 전환이 반가우면서도 이게 뭔가 이걸 노린 건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11월 25일 아들과 나는 대회장인 실내체육관에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시내버스에 오붓하게 아들과 동승한 나는 기분이 좋아서 아들에게 말을 걸었고, 아들은 여기는 공공장소라며 조용히 말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들은 이날 최선을 다했지만 트로피는 따지 못했다. 30초에 54개라는 저조한 기록으로(작년 3학년 때 55개를 했었다.) 참가상으로 다 주어지는 메달을 목에 걸고 쫄래쫄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4시간이나 아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트로피를 기대한 엄마는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너 줄넘기하는 거 엄마랑 그 숫자 세는 심판 형아 밖에 안보더라. 다 자기 애 하는 거 휴대폰으로 동영상 찍고 있더구먼. 너한테 아! 무! 도! 관심 없거든.”



엄마의 이중 생활.jpg

아들 네가 단단히 오해하는 게 있는데, 엄마는 학교나 집이나 차이가 없다. 나 너처럼 2중 생활 안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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