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두 번째 시 수업을 간 날입니다. 야외 시 쓰기 수업을 간 선생님이 조금 늦은 날입니다. 처음 보는 3학년 남자애가 도서관에 앉아서 툴툴거립니다. 그러고는 대출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서 선생님께 말을 겁니다.
“우리 몇 시 시작이에요?”
“10시 30분이지.”
딱 10시 30분이 되었고 또 대화는 이어집니다.
“10시 30분 25초. 선생님 왜 안 와요?”
“선생님 오늘 동생들하고 밖으로 시 쓰러 나가서 조금 늦으시나 보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또 끼어들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사정이란 게 있단다. 그리고 선생님이 지금 놀다가 늦는 게 아니지 않니? 동생 반 수업하시다가 피치 못할 상황이 있어서 길어진 거겠지? 이 상황에서는 네가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게 맞지 않겠니? 평소 목소리가 큰 제가 또 흥분했나 봅니다. 옆에서 책을 보던 아들이 저에게 와서 눈치를 주며 귓속말로 속삭입니다. “엄마, 좀 조용히 해. 다 들려. 여기 도서관이라고!”
저녁이 되어 아들과 저는 집 앞 치킨집에 포장 주문해 놓고 찾으러 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 아들 뒤를 저는 쫄래쫄래 따라갑니다. 치킨을 찾은 아들과 저는 다시 횡단보도로 직진합니다. 파란불로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찰나 급히 아들이 저를 보더니 치킨 가방을 던집니다. 그리고 쿨하게 말합니다.
“엄마, 먼저 가.”
“왜? 너 안가.”
“그냥 먼저 가라고.”
횡단보도를 다 건넌 저는 뒤돌아봅니다. 자전거를 타고 줄지어 오는 남자아이들 무리로 아들이 다가갑니다. 아 친구들인가 보네요. 제가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하지만 무시하고 구석으로 갑니다.
양치하고 침대에 누워 아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관해 물어봅니다.
“아들, 오늘 엄마가 도서관에서 그 동생한테 뭐라 그런 거 잘못한 거야?”
“그건 아닌데, 왜 다른 사람 다 들리게 말해. 그러면 걔가 기분 나쁘지.”
“아, 그럴 수 있겠다. 근데 너도 다음에 그런 상황에서 버릇없이 그런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 그건 그렇고 아까 왜 자전거 타고 도망갔어. 엄마랑 같이 가도 되잖아?”
“엄마, 그건 말이지. 엄마가 내 친구들한테 잔소리할까 봐 그랬어. 친구들이 자전거 타고 오면서 헬멧도 안 쓰고 오고, 슬리퍼 신고 오고, 손에 막 핸드폰 하고 있었잖아. 그거 다 엄마가 싫어하는 거잖아.”
“맞아. 그래도 아들 엄마 눈치가 있지. 처음 보는 네 친구들한테 뭐라 그러겠어?”
“오늘 도서관에서 만난 걔도 엄마 처음 본 애잖아.”
“아들,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