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r는 today도 눈물을 흘린ㄷr.

feat. 효자 아들

by 사차원 그녀

새해를 이틀 앞둔 12월 30일 토요일 작은 수술을 했다. 몇 달 전부터 등에 약간 혹 같은데 올라오고 있었고 그냥 말랑말랑하고 아프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근데 금요일 오후에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이 베기는 것이었다. 뭐가 있나 하고 손으로 등을 쓱 더듬었는데 아뿔싸 그 사이 혹은 더 커졌고 누르니 아프기까지 했다. 밤새 걱정인형의 회로는 풀로 작동한다. 핸드폰으로 검색창에 ‘등에 혹’만 입력했을 뿐인데 여러 가지 정보가 미친 듯이 올라왔고, 등에 혹이 난 경우는, 지방종, 혈관종, 피지낭종, 종기, 피부 섬유종, 표피낭, 피부암 중에 1가지 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크기가 조금 커진 상태라 부분마취를 하고 제거하는 수술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글을 보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퇴근하고 온 남편은 딱 보니 종기 같다며 자기가 고름을 짜주겠다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나는 남편보다 가운입은 의사를 더 신뢰한다.


토요일 아침 일찍 남편 가게 심부름을 해주고 동네 피부과에 들렀다. 대기 30분 만에 만난 의사는 크기가 좀 커서 자기는 절제를 할 수 없다고 진료 의뢰서를 써 줄 테니 큰 병원 외과에 가보길 권했다. 두둥.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먼. 즉시 네비를 찍고 시내에 있는 종합병원 외과에 접수를 했다. 다행히 대기 환자가 별로 없어서 11시쯤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이거 수술해야겠네요. 오늘 합시다. 하고 가세요.”

당연히 오늘은 토요일이니 나는 수술 날짜만 잡고 집에 돌아가는 그림을 그렸는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바람에 난 수술대에 눕게 되었다. 국소 마취를 하고 수술은 10분 안에 끝났다. 마취제 때문인지 속이 울렁거려서 겨우 병원을 나왔다.


집에 와서 점심으로 딸이 차려준 컵밥을 먹고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마취가 풀려서 그런지 통증이 밀려왔다. 하필 등 정중앙에 혹이 났고 수술 부위가 딱 거기라 옆으로 누워있는 것도 엄청나게 불편했다. 진통제가 필요했는데 처방받아온 약에 위장약과 항생제 2종류 밖에 없는지 왜 나는 의사에게 물어보지 못한 건가? 저녁을 먹고는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내가 계속 아야 아야 소리를 내니까 아들은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며 좀 그만하라고 짜증을 냈다. 엄마가 네 아플 때 밤새 물수건 올려주고 토한 것도 다 닦아주고 병원 데려다주고 죽 끓여주고 그랬는데 네가 말이지 엄마한테 이러는 게 말이 돼? 불쌍한 엄마는 밤새 등이 아파서 이리 눕고 저리 돌아 눕는다고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남편은 부산에 갈 일이 있어서 7시 좀 넘어 집을 나섰다. 8시 넘어서 겨우 몸을 일으킨 나는 부엌으로 나왔다. 오 마이갓! 어제저녁에 먹은 그릇과 냄비가 싱크대 가득 담겨있었다. 나는 어제 일찍 방에 들어갔고 늦게까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남편이 진짜 텔레비전만 보고 잠을 잤을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떠나간 그에게 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는 아들을 소환했다.

“아들! 우리 효자야! 설거지 좀 해줘! 엄마 등이 아파서 못하겠어”

“엄마, 누나 시켜. 누나가 설거지 잘해”

“누나, 아직 잔다. 지금 수저가 없어서 아침밥도 못 먹어.”

“아~그래 내가 그럼 한다. 그럼 엄마 게임 좀 시켜줘요. 제발”

치사하지만 아침밥을 먹어야 하니 아들과 거래를 한다. 등 수술했는데 왜 설거지를 못하냐고 묻는다면 말이죠. 팔을 움직일 때마다 등이 당겨요. 아무튼 아들은 20분간 물을 틀어놓고 달그락달그락 하면서 열심히 설거지를 한다. 다 했다 해서 나와보니 음식물 찌꺼기 거름망은 가득 차 있고 싱크대 밑에 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한강이다.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 잔소리를 1절만 한다. 그래도 아들 덕분에 무사히 아침을 먹었으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설거지 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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