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내가 주고 싶은 걸 주는 거야!
열 살 아들은 아빠에게 생일 선물을 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선행학습도 안 시켰는데 우리 아들은 그때부터 똑똑했네요. 종합장에 괴발개발 선물 목록 리스트를 적어옵니다.
1. 과자 세트
2. RC카 (무선조종 자동차)
3. 팝잇
4. 오토바이 장난감
5. 자동차
6. 아파트
7. 카라반
위 목록에서 10살 아들이 현실적으로 아빠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몇 개 안 됩니다. 하지만 자기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가감 없이 고가의 선물을 넣는 자신감은 높이 살만합니다. 아들의 설문 종이를 보며 남편과 저는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남편 생일날 아침, 아들은 자랑스럽게 종이가방을 짠하고 내밀었습니다. 저희 남편은 반응을 아주 잘하는 사람인지라 본인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아들의 소꿉장난 같은 선물에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우리 아들이 준비한 아빠의 생일 선물은 과자 세트(탄산음료 1개, 젤리 1 봉지, 과자 1 봉지)였습니다. 저는 출근하는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와 100% 진심으로 제가 좋아하는 거 다 골라왔네.’
이런 아들이 4학년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우리 엄마(아들에게 외할머니)의 생신날. 남편은 출근하며 아들과 딸에게 할머니 드릴 편지를 써 놓으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점심을 먹자마자 아들이 밖에 나갔다 오겠다며 자기 지갑을 들고나갑니다. 그러고는 30분 후에 조그마한 식빵 인형을 들고 들어옵니다. 그러고는 자기 방으로 쌩 들어가서 뭔가를 합니다.
오후 늦게 엄마, 아빠, 언니와 남동생이 우리 집으로 왔고 엄마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들이 방에서 할머니 선물이라며 그 식빵 인형과 편지를 가지고 나옵니다. 엄마는 너무 좋아하시며 고맙다고 하시네요. 아들은 아빠의 성화에 편지를 낭독합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 다 컸습니다. 아들은 오늘 2000원짜리 식빵 인형과 그리고 정성 듬뿍 담긴 편지로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용돈을 두둑하게 받았습니다.
엄마가 시골로 가시고 다음 날 저녁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들, 근데 왜 할머니 선물이 식빵 인형이야?”
“다이소 갔는데 살 게 그것밖에 없었어.”
“아들 할머니한테 인형이 필요한 물건이야?”
“애착 인형이야. 할머니 심심하실 때 만지고 그러시라고 산 거야. 왜?”
“애착 인형, 어린 아기들한테 필요한 거 아니야?”
“하 참 엄마! 할머니 아직 어려.”
“아........”
네. 할 말이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 올해 64세입니다. 100세 시대에 아기인 게 분명합니다. 저희 엄마 시골 동네에서 막내라서 심부름 제일 많이 하시거든요.
그렇지만 아들, 7월 엄마 생일에 인형은 사주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