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시험 0점 맞아도 화내지 않는 엄마

아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by 사차원 그녀

12월쯤, 저녁을 먹으며 아들에게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쭈뼛쭈뼛하며 말을 꺼냅니다.


“엄마 오늘 영어 시간에 영어 단어 시험 쳤는데, 나 0점 맞았어. 미안해”

“어어어, 그랬구나. 다른 친구들은?”

“20개 다 맞은 친구는 몇 명 없고, 2-3개 맞은 친구도 있는데, 걔가 오늘 집에 가면 죽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는 이런 일로 혼내지 않아라고 말했어.”

“케에켁. 그래.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

“00 이는 영어 공부 좀 해야겠는데라고 하셔서 저 집에서 엄마하고 영어 공부해요. 걱정 마세요.라고 말씀드렸어.”


그래요. 저는 그날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지나간 시험인데 다시 볼 수 없잖아요. 저 쿨하죠... 아닙니다. 그날 밤 저 걱정했습니다. 이러다 곧 5학년인데 우리 아들 부진아 되면 어쩌나...... 우리 아들 담임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인 거 몰라서 정말 다행이다. 휴~


아들이 집에서 하는 영어 공부라고 해봤자 휴대폰 앱으로 영상 보며 10~20분씩 듣고 말하기 연습하는 게 다입니다. 영어는 자신감 아닙니까? 제 느낌상 듣기와 말하기는 곧잘 하던데 아니었나 봅니다. 겨울 방학과 동시에 아들과 영어 단어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초 파닉스는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등잔 밑이 어둡네요. 다시 설명했습니다. 하루에 외우는 단어는 9-10개 선입니다. 5번씩 쓰고 외우기, 그리고 쪽지 시험. 아들은 하기 싫다고 생떼를 부립니다. 전한길선생님의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야 하는 이유’ 그 영상을 감명 깊게 본 엄마는 해줄 말이 많으나(사실 꽃미남들아, 이게 너무 많이 나오는 게 흠 T.T), 이런 말은 고딩 때나 가야 통할 테니 그냥 꾹 삼킵니다. 저 죽으면 사리 나올 것 같아요. 그러면서 초딩 맞춤 팩트 공격 들어갑니다.

“네 친구들은 학원에서 주 5일 1시간씩 수업해. 하루에 20개씩 단어 외우고, 문장 쓰기도 해. 네가 1시간씩 학원 다녀볼래?”

“아니요. 할게요. 엄마.”

저 영어 학원 근처도 못 가봤어요. 저희 반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 주워듣고 혼자 나불거린 건데, 아마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중요한 건 학원 보내줄 돈도 없습니다.

책상에서 주먹을 쿵쿵 치며 온갖 짜증을 내던 아들이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거실로 뛰어나옵니다. 그리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시 한 수를 읊어주고 갑니다. 시 공부를 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 영광을 쫀드기 쌤께 돌립니다.

<영어 공부>

-이**


지구는 돈다

나의 머리는 돌지 않는다

영어 단어 30분째 외우는 중.......